Cut-down - 구조조정
High-risk, High-return - 과감한 투자
Abroad - 공장은 해외로
New market - 신흥국 주목
Give-up - 안되면 버린다
Electric power - 에너지 절약
Cut-down : 인원 및 사업부문 구조조정 활발
구조조정의 태풍이 가장 극심하게 몰아치고 있는 곳은 전기·전자업계다. 대지진으로 내수침체의 골이 더욱 깊어진 데다 엔화가치 상승으로 수출 채산성마저 떨어졌기 때문이다. 종합전기업체인 NEC는 지난 1월 직원 11만명 중 1만명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올 상반기에 구조조정을 마칠 방침이다. 전자부품사 TDK도 연내 1만명을 정리해고할 방침이고, 파나소닉은 최대 1만5000명의 감원계획을 세웠다. TV생산을 줄이기로 한 소니도 곧 구조조정 대열에 합류할 공산이 크다. 일본제지그룹(1300명 감원) 일본사진인쇄(1200명) 등 다른 업종의 기업들도 ‘군살빼기’에 동참했다.
중복사업을 정리하는 기업도 늘었다. 작년 6조원 이상의 적자를 낸 파나소닉은 사업부를 16개에서 9개로 줄이기로 했다. 경쟁회사와의 사업부문 통합을 추진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르네사스테크놀로지와 후지쓰, 파나소닉 등 3개 반도체 생산기업은 주력사업인 시스템LSI(대규모 집적회로) 부문을 통합하는 협상을 최근 시작했다.
High-risk, High-return : M&A 등 과감한 투자 증가
대지진은 잠들어 있던 일본 기업의 공격 본능을 깨웠다. 지난해 일본 기업은 해외 M&A에 684억달러를 쏟아 부었다. 전년보다 78% 늘어난 사상 최대치다.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도 일본의 투자는 두드러진다. 작년 일본기업들이 M&A한 해외기업의 자산가치는 797억달러로 미국(1866억달러)과 영국(840억달러)에 이어 세계 3위다. 2010년 10위에서 7계단 뛰어올랐다.
딜 규모도 크다. 다케다제약은 스위스의 경쟁사인 나이코메드를 1조1086억엔에 인수했고 미쓰비시상사는 로열더치셸이 갖고 있던 이라크 가스유전 지분을 1조3000억엔에 사들였다. 최근엔 미쓰이스미토모파이낸셜그룹이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항공기 리스사업을 5500억엔에 매입하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아시아 기업에 대한 투자도 늘었다. 지난해 성사된 M&A 가운데 중국 인도 싱가포르 등 아시아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43%였다. 10년 전엔 아시아 비중이 20%대에 불과했다.
Abroad : 해외 생산공장 이전 러시
대지진은 부품 공급망을 뒤흔들었다. 작은 부품 하나가 없어 자동차 생산라인이 멈춰섰다. 기술유출 등을 우려해 생산기지의 해외이전을 꺼렸던 일본 기업들이 마음을 고쳐 먹었다. 임금과 화폐가치가 낮은 경쟁국가와 상대하기 위해서는 현지 생산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도요타는 올 상반기 중 중국에, 하반기엔 브라질에 신공장을 짓는다. 아르헨티나의 생산능력은 약 50% 확대한다. 도요타는 올해에만 100명이 넘는 직원을 중국으로 파견, 중국법인 인력을 700명으로 늘릴 방침이다. 경쟁사인 폭스바겐(약 200명)의 세 배를 넘는 규모다. 닛산은 멕시코에 20억달러를 들여 연산 60만대 규모의 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중국과 태국에도 공장을 신설한다. 미쓰비시는 일본 내 생산비중을 10% 줄이는 대신 신흥국 생산을 확대한다. 일본 제조업체 중 해외에 자회사를 가진 회사의 비중은 작년 말 기준 24.9%로 높아졌다.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92년 이후 최고치다.
New market : 신흥국에서 부활 발판 마련
‘최고의 품질로 최고의 시장에서 승부한다’는 목표도 바뀌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시장이 부진하자 아시아를 포함한 신흥국을 새 타깃으로 잡았다.
닛산자동차는 ‘신흥국 맞춤형’ 차량을 2014년부터 투입한다. 가격을 50만엔대로 낮추고, 사양도 현지 소비자 취향에 최대한 맞춘다는 계획이다. ‘닷슨’이라는 신흥국 전용브랜드도 만들었다. NTT도코모는 스페인 통신사 텔레포니카와 함께 남미 시장을 개척한다. 일본 주류업체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기린맥주는 버번위스키 브랜드를 올해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호주에서 판매한다. 산토리는 위스키브랜드 ‘히비키’의 해외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러시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IT기업들은 인도를 택했다. 고학력임에도 인건비가 저렴하고 영어가 통하는 데다 IT 인프라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NTT커뮤니케이션은 인도 데이터센터 운영기업을 사들였고, 후지쓰와 NEC는 인도 현지 인력을 2년 내에 두 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Give-up : 주력사업·성공 노하우도 버린다
주력제품의 일본 내 생산을 포기하거나 오래 된 알짜사업에서 손을 떼는 기업이 늘었다. 전자업체들의 TV생산 축소가 대표적. 파나소닉은 TV용 액정패널을 생산하는 5개 공장을 2개로 통합한다. 자회사인 JVC켄우드 지분도 58년 만에 팔기로 했다. 샤프는 TV용 액정패널 생산량을 50% 줄인다. 히타치 역시 56년 만에 일본 생산을 중단키로 결정했다. 소니는 삼성전자와 합작사였던 S-LCD에서 8년 만에 손을 뗐다. 미쓰비시자동차는 연내 네덜란드 공장을 닫고 유럽사업을 접는다.
자국산 부품에 대한 집착도 무너지는 추세다. 교세라는 올해 해외부품 조달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히타치조선 등 일본 조선업체들도 한국산 부품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도요타는 간판 경영기법이던 ‘적시생산시스템(JIT·Just In Time)’과 이별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재고 최소화를 통한 비용절감보다는 안정적인 생산기반 확보가 더 중요하다는 교훈을 대지진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Electric power : 에너지 저소비형 기업으로 체질 개선
일본 기업들은 대지진 이후 전력부족으로 뜨거운 맛을 봤다. 앞으로도 전력공급은 달릴 공산이 크다. 원전가동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기 힘들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에너지 저소비형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목표를 세웠다. 건설용 중장비를 만드는 고마쓰는 주력공장에 자가발전 설비와 에너지 절약형 시설을 도입해 전력사용량을 3년 내 절반으로 줄일 방침이다. 철강회사인 다이도특수강은 전기로를 천연가스 용광로로 전환하는 계획을 세웠다. 닛산자동차는 전력사용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스마트미터(차세대 전력계)’를 전 공장에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도요타도 미야기현에 있는 공장에 새로운 발전설비를 도입, 공장 전력의 90%를 조달할 계획이다.
후지쓰는 최근 미쓰이물산과 손을 잡고 친환경 도시(스마트시티) 건설사업에 진출한다고 발표했다. 스마트시티는 첨단 전력제어시스템을 통해 전기소모량을 최소화한 도시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