票에 쫓겨…"제주 해적기지"라는 7席에 끌려다니는 89席
票에 쫓겨…"제주 해적기지"라는 7席에 끌려다니는 89席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정책연대가 가시화됐다. 총선용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무효화와 제주 해군기지 사업 전면 재검토, 1% 슈퍼부자 증세, 반값등록금, 출자총액제한제도 도입과 순환출자금지 등 재벌개혁, 원자력발전 재검토, 무상 의료·보육·급식 등이 주요 내용이다. 현 정부의 주요 정책을 뒤집는 것이 다수 포함돼 있다. 결국 민주당이 진보당의 요구를 모두 수용한 셈이다.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다는 민주당이 포퓰리즘에 빠져 정책 뒤집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중도 세력 끌어안기에 초점을 맞춰온 89석의 민주당이 표 때문에 7석의 진보당에 끌려다닌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은 공천에서도 정체성을 강조하고 가치정당을 추구하며 국민에게 평가 받겠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일각에서는 중도세력 지지 없이 집권할 수 있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2010년 ‘6·2 지방선거’ 이후 지속적으로 선거연대를 해온 양당은 이번 총선 공동 공약에서 이명박 정부에서 체결된 한·미 FTA에 반대한다는 입장에 합의했다. 다만 합의문에 넣을 문구에 대해선 막판까지 이견을 보였다. 민주당은 ‘재협상’을 주장했고 진보당은 ‘폐기’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전면 반대로 조정됐다.

양당은 지난해 말 새누리당이 한·미 FTA를 강행 처리한 이후 FTA 무효화 및 폐기 주장에 행동을 같이했다. 총선을 앞두고 야권연대를 의식한 것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새지도부가 들어선 이후 여당의 공세와 중도 세력을 의식해 재협상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던 민주당이 개혁공천 실패로 여론의 뭇매를 맞자 다시 한번 진보당과 선거연대를 위한 ‘반FTA’ 기조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이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한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특히 정부가 건설을 강행하고 나오면서 제주 해군기지 문제는 총선 이슈로 불거진 상황이다. 심지어 김지윤 통합진보당 청년비례대표 후보가 ‘해적기지’라는 표현까지 하며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진보당과 선거연대를 할 수밖에 없는 게 민주당의 현 주소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양당 사이엔 온도차가 있다. 민주당은 2007년 세웠던 원안대로 민·군 복합항구로 개발된다면 찬성한다는 입장이지만 진보당은 제주 해군기지 건설 자체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공천 12개 지역 양보로 가닥

양당은 막판까지도 수도권과 충청·호남에서 10여석을 양보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경선을 벌이는 ‘10+2’ 수준의 야권연대 협상안을 놓고 진통을 겪었다.

양당에 따르면 수도권에서는 고양덕양갑(심상정) 서울 은평을(천호선) 서울 노원병(노회찬) 인천 남구갑(김성진) 선거구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양보하는 데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진보당세가 상대적으로 강한 성남 수정도 유력 양보지역이다. 충청권에서는 홍성·예산에서 통합진보당 후보로 단일화할 것으로 알려졌고, 대전 대덕이 경선지역으로 떠올랐다. 다만 양측은 민주당 강성종 의원이 야권연대지역으로 양보하며 불출마한 경기 의정부을과 이번에 새로 분구된 파주을 경선 여부를 놓고 조율 중이다. 김희철 민주당 의원 지역구인 서울 관악을은 이정희 공동대표와의 경선 가능성이 높다. 진보당은 또 호남에서 민주당 무공천으로 당선된 순천(김선동 의원)과 광주 서구을에 대해서도 양보를 요구하고 있으나 민주당은 무공천시 민주당 성향 무소속 후보가 출마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갑 성북을, 경기 광명을 이천여주 과천의왕, 인천 남동갑 등의 경선 여부도 주목된다.

허란/김형호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