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의 '2세 승계'…묘수인가 꼼수인가

모기업 증자에 현물 출자…강호찬 사장 최대주주로

강호찬 넥센타이어 사장(41·사진)이 지주회사격인 (주)넥센의 지분을 50% 이상으로 확대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넥센그룹의 경영권이 강병중 회장에서 아들 강호찬 사장으로 넘어간 셈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강 사장이 세금 부담을 피하며 모기업을 넘겨받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강 사장은 넥센타이어 주식 780만주를 현물투자하는 방식으로 (주)넥센의 유상신주 223만2107주를 취득했다. 강 사장은 갖고 있던 (주)넥센 주식 33만7849주를 포함해 총 256만9956주를 보유하게 됐다. 지분은 12.62%에서 50.51%로 껑충 뛰었다. 강 사장의 넥센타이어 지분은 10.78%에서 2.56%로 줄었으나 (주)넥센의 최대주주가 되면서 그룹 지배력은 더 커졌다.

(주)넥센은 강 사장 주식과 일반 주주들의 주식 62만주 등 총 842만주의 넥센타이어 주식을 공개 매수, 자회사 지분보유요건 50%를 넘기며 지주사 전환 작업을 마무리했다.

최대주주였던 강 회장은 보유주식 수가 49만6649만주로 변화가 없지만 신주 발행에 따른 주식 수 증가로 지분율이 18.55%에서 9.76%로 감소했다. 넥센그룹의 지배권이 자연스럽게 강 회장에서 아들인 강 사장으로 넘어갔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넥센 측은 넥센타이어 주식을 공개 매수한 것은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강 사장으로의 2세 승계가 이뤄져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공식적으로는 지주회사 전환이지만 숨은 목적은 그룹 승계작업이었다”며 “넥센타이어 주식 공개매수 과정에서 (주)넥센 주가가 7만원대에서 6만원대로 하락하는 등 일반 주주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지적했다.

넥센 관계자는 “고무, 화학주가 최근 일제히 하락했다”며 “(주)넥센 주식만 떨어졌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식시장에 넥센타이어 주식 900만주 공개매수를 공고했는데 62만주밖에 신청이 들어오지 않았다”며 “때문에 강 사장이 남은 물량을 팔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돈 안 들이고 경영권을 승계했다는 논란에 대해서는 “강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 수는 변함이 없기 때문에 추후 물려받을 때 세액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