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한 소비생활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신용카드 체크카드 등 ‘카드’는 가까이해야 할 아군일까, 멀리해야 할 적군일까? 카드는 충동 구매를 부추길 수 있기 때문에 알뜰 소비를 목표로 한다면 카드를 쓰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실제로 카드만 믿고 자신의 능력보다 과소비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반드시 돈을 써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현금을 쓰는 것보다 나은 경우가 많다. 같은 금액을 쓴다고 가정할 때 현금이 아닌 카드를 이용하면 최소한 카드사들이 제공하는 할인이나 포인트 등을 덤으로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잘 쓰면 약’이 되는 카드를 선택할 때는 어떤 점들을 고려해야 할까.


◆‘신용’이냐 ‘직불’이냐

지불결제 수단으로 쓸 수 있는 카드는 크게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등 직불형 카드로 나눌 수 있다. 신용카드는 말 그대로 고객의 신용을 기초로 신용 한도를 공여하는 카드다. 신용카드 이용자는 자신의 신용에 따라 부여된 한도 내에서 일정 기간 쓴 합계 금액을 다음번 결제일에 한꺼번에 결제한다.

체크카드 등 직불형 카드는 사용 즉시 예금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계좌 잔고 내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최근 빈번히 등장하는 ‘직불형 카드’라는 용어는 직불카드(마그네틱 또는 IC), 체크카드 등을 통칭하는 것이다. 체크카드는 다만 신용카드 결제망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금융결제원이 구축한 별도의 결제망을 이용하는 직불카드와 다르다.

카드를 선택할 때는 먼저 신용카드를 고를 것인지, 체크카드 등 직불형 카드를 선택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신용카드는 △결제일까지 여유가 있다는 점 △목돈을 들여야 할 때 할부 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 △소액의 급전이 필요할 때 현금서비스나 카드론 등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 등이 장점이다. 다만 얼마나 썼는지 수시로 체크하지 않으면 과소비를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단점으로 꼽힌다.

반대로 직불형 카드는 계좌 잔고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과소비를 자제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신용카드에 비해 소득공제에 유리하다. 하지만 할부라든가 소액대출 등 신용카드가 제공하는 서비스 중 일부는 포기해야 한다.

◆소득공제엔 체크카드 유리

최근 들어 직불형 카드 중 가장 많이 쓰이는 체크카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알뜰한 소비 생활이나 소득공제에서 유리한 점이 부각된 데다 예전과 달리 최근 출시되는 체크카드는 포인트 적립 또는 할인 등 각종 부가 서비스를 신용카드 수준으로 제공하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됐다는 것도 장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체크카드의 경우 흔히 ‘13월의 월급’으로 불리는 소득공제 혜택이 크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신용카드가 총 급여액의 25%를 초과하는 금액의 20%를 공제해주는 데 비해 체크카드는 총 급여액의 25%를 초과하는 금액의 30%를 공제해주기 때문에 연말정산 때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이 더 크다. 여기에 정부가 체크카드의 공제한도 및 공제율 상향을 추진하고 있어 체크카드의 소득공제 기여도는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할인’이냐 ‘적립’이냐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중 마음에 드는 것을 골랐다면 이제 구체적으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드를 선택할 것인지 생각해보자.

우선 ‘좋은 카드’의 기준은 자신의 소비 행태에 따라 달라진다. 때문에 일률적으로 어떤 카드가 좋다고 추천하는 것은 힘들다. 주유비 지출이 많은 사람은 주유 혜택이 큰 카드를 골라야 하고, 쇼핑을 많이 한다면 쇼핑 관련 혜택이 큰 카드를 골라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카드를 고를 때 공통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 신용카드와 체크카드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크게 ‘할인형’과 ‘포인트 적립형’으로 나뉜다. 예전에는 할인과 포인트 적립을 비슷한 수준으로 함께 제공하는 카드가 많았지만 최근엔 한쪽에 특화하면서 할인율과 적립 혜택을 각각 강화한 카드가 많다.

할인형 카드의 경우 할인율은 높지만 특정 가맹점에서만 혜택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적립형은 반대로 대부분의 가맹점에서 적립 서비스를 제공한다. 따라서 자주 찾는 가맹점에서 할인 서비스를 많이 받고 싶을 때는 할인형이 좋다. 할인되는 가맹점을 잘 기억했다가 카드를 쓰는 사람도 할인형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반면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다양한 가맹점에서 자유롭게 쓰면서 적립한 포인트를 필요할 때 한 번에 사용하고 싶은 사람은 적립형 카드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성별, 연령, 직업 맞춤형 카드도

할인형과 적립형의 장점만 모아 만든 카드도 있다. ‘신한 하이포인트카드 나노’는 자신이 자주 가는 가맹점을 지정하면 해당 가맹점에서 카드를 쓸 때 포인트를 더 많이 적립해 주는 것이 특징이다. 모든 가맹점에서 일정 비율을 할인해 주는 ‘현대카드 제로’도 고려해 볼 만하다.

성별이나 연령, 직업 등을 고려한 서비스를 강화한 카드도 있다. 쇼핑, 미용 등에 관심이 많은 여성이라면 해당 부분의 서비스를 강화한 여성 전용 카드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신한 S20체크카드’나 ‘KB국민 노리체크카드’처럼 사회 초년생 및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교통·통신비 할인 혜택을 강화한 카드도 있다. 알뜰 살림을 계획하는 가정주부를 위해 아파트 관리비 할인 서비스를 넣거나 직장인을 위해 점심 식사비를 깎아주는 혜택을 넣은 카드도 있다.

◆스마트폰 이용자는 모바일 카드 관심

스마트폰 이용자가 늘면서 모바일 카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모바일 카드 이용자들은 모바일 결제의 편리성과 함께 카드사들이 제공하는 부가 서비스도 챙길 수 있다.

신한카드는 ‘러브’ ‘하이포인트’ 등 100여종의 모바일 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근접무선통신(NFC)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폰에 모바일 카드를 발급받아 스마트폰을 가맹점 단말기에 갖다 대기만 하면 바로 결제가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삼성카드(92종), 하나SK카드(60여종), KB국민카드(60종), 비씨카드(33종) 등도 수십종의 모바일 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모바일 카드를 이용할 경우 카드사들이 제공하는 혜택 및 부가서비스도 다양하다. 신한카드는 이달 말까지 모바일 카드를 신규 또는 추가로 발급받는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맥북에어 노트북(1명), 갤럭시 노트(1명), 아이패드2(1명) 등을 증정한다. 또 이 기간 중 신한 모바일 카드를 5만원 이상 이용하거나 통신요금 자동이체를 신청하는 모든 고객에게 5000원 상당의 모바일 주유권을 준다.

하나SK카드는 스마트폰용 모바일 카드로 결제하면 △인터넷 쇼핑몰 11번가에서 5% △SK텔레콤의 소셜커머스 ‘초콜릿’ 최대 30% △Yes24 10% △전국 이마트 매장에서 5%를 각각 할인해준다. T머니 자동충전 수수료 월 1000원 면제 혜택도 있다.

올해는 모바일 카드를 이용할 수 있는 가맹점도 대폭 확대된다. 편의점 GS25 GS칼텍스 SK에너지 홈플러스 훼미리마트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스타벅스 카페베네(4월1일부터) 등 9개 사업자의 전국 2만2000여 매장에서 모바일 결제가 가능하다.

모바일 카드는 카드사 고객센터, 홈페이지 등을 통해 신청할 수 있으며 모바일 카드가 지원되는 플라스틱 카드를 먼저 발급받고 추가로 모바일 카드를 신청하면 된다.

김기익 <신한카드 상품 연구·개발(R&D)센터 부부장 kikim@shinh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