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社 1병영] "군대 동기와 창업…軍서 맺은 인연 평생 갑니다"
“군대에서 됨됨이가 나쁘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인간성이 정말 좋지 않은 셈입니다. 지금 옆에 있는 전우들을 나중에 어디서 어떻게 만날지 모릅니다. 병영에서 함께 꿈을 꿀 수 있는 친구를 찾고 만드십시오. 가까운 미래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듣고 있던 장병들의 눈에 졸음이 가셨다. 지난달 22일 경기 의정부에 소재한 제1포병여단 898포병대대 대강당. 300여명의 장병 앞에 선 사람은 박수왕 소셜네트워크 대표(27·사진). 대학별 수강신청 정보, 맛있는 식당, 괜찮은 하숙집 등 학생들에게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담아 200만 대학생의 필수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꼽히는 ‘원캠퍼스(대학정보 도우미)’를 2010년 만들었다. 지난해 매출 30억원을 올린 벤처기업인이다.

한국경제신문은 ‘1사 1병영’ 운동의 하나로 한국중부발전과 함께 중부발전 결연부대인 1포병여단에서 ‘병영콘서트’를 열었다. 신세대 장병들의 피부에 와닿고 흥미를 끌 수 있는 강연이 아쉽다는 요청에 따라 ‘신세대 제대군인’이 멘토로 나섰다.

[1社 1병영] "군대 동기와 창업…軍서 맺은 인연 평생 갑니다"
이날 병영콘서트의 주제는 ‘어떻게 군 생활을 내 인생 최고의 찬스로 바꿀 것인가’였다. 그는 대학생 시절 가기 싫은 군대에 떠밀리듯 입대한 뒤 엇나가는 행동으로 미움만 받는 존재였다고 털어놓았다. 박 대표의 변신은 부대 교육에서 우연히 들은 김승남 조은시스템 회장(잡코리아 창업자)의 강연에서 시작됐다. 예비역 중령 출신으로 50대 중반에 직원 네 명으로 시작해 현재 4000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연 매출 1500억원의 시스템 경비보안업체 조은시스템을 일군 ‘시니어 창업’의 성공스토리가 그를 자극했던 것이다.

이후 남은 시간을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기간으로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공부와는 담을 쌓았던 박 대표였지만 자격증에 도전했다. 짬을 낼 수 있는 ‘연등 시간(밤 10시부터 자정)’을 적극 활용했다. 이불을 뒤집어 쓰고 머리에 전등까지 달고 공부에 매진했다. 그 결과 증권투자상담사 유통관리사 등 10개의 자격증을 땄고, 네트워크 통신을 이용한 사용자 맞춤형 커피제공시스템 등 5개의 특허를 출원했다.

그의 말은 이어졌다. “군에서 맺은 인연을 소중히 여기세요. 특히 ‘맞선임(직속 선배)’과 ‘맞후임(직속 후배)’의 관계는 영원합니다. 저 역시 군에서 인연을 맺은 ‘전우’들이 함께 창업했습니다.”

강연이 끝나자 질문이 쏟아졌다. “현실은 꿈과 열정보다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에 몰두할 수밖에 없습니다. 냉혹한 현실과 꿈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화려한 스펙 없이 사회의 장벽은 너무 높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은 설 자리가 없습니다.”

박 대표는 다시 ‘변화를 위한 도전’을 강조했다. 군 생활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과 삶의 태도를 더 나은 방향으로 개조하지 못하면 더는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의정부=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