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만에, 꿈을 현실로…
로리 매킬로이(23·북아일랜드)는 여덟살이던 1997년 원대한 꿈을 가졌다. 그해는 타이거 우즈(37·미국)가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던 해다. 당시 매킬로이는 자신의 방을 우즈의 사진으로 도배했다. 그리고 다짐했다. 우즈를 넘어 세계 랭킹 1위가 되겠다고.

매킬로이는 5일(한국시간) 미 플로리다주 팜비치가든스의 PGA내셔널GC(파70)에서 열린 혼다클래식 마지막날 합계 12언더파 268타로 우승하며 마침내 꿈을 이뤘다. 공교롭게도 2위를 한 선수는 우즈였다. 매킬로이는 이날 이글 2개와 버디 6개로 8타를 줄이며 맹추격한 우즈를 2타차로 따돌렸다. 총 40번째 대회에 나서 투어 통산 3승째를 올렸다.

22세10개월인 매킬로이는 사상 두 번째로 어린 나이에 ‘지존’의 자리에 올랐다. 우즈는 21세5개월의 나이에 처음으로 랭킹 1위에 등극했다.

◆천재가 황제로 등극하다

15년만에, 꿈을 현실로…
매킬로이는 “2살 때 골프클럽을 잡는 순간 골프와 사랑에 빠졌다”고 말했다. 골프에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 태어난 그는 4세 때 집 복도에서 칩샷으로 부엌에 있는 세탁기에 볼을 집어넣는 놀이를 하며 자랐다. 9살에 홀인원을 기록했고 11살에 첫 이븐파를 기록했다. 2007년 2월 세계 아마추어 골프랭킹 1위에 오른 매킬로이는 그해 9월 프로로 전향했다.

데뷔 직후 랭킹 876위였던 매킬로이는 2007년 유러피언투어 던힐링크스챔피언십 3위에 오르며 308위로 뛰어올랐다. 2008년 1월 190위로 첫 ‘200위’를 돌파했고 그 해 10월 91위로 도약해 100위 안으로 들어왔다. 바로 다음달 50위로 진입한 뒤 2009년 2월 16위가 돼 20위권으로 올라섰고 11월에 10위에 랭크돼 처음으로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6월 US오픈 우승으로 5위가 됐고 9개월 만에 정상에 등극했다.

◆파워와 정확성 겸비해 ‘롱런’ 예상

매킬로이는 지난해 US오픈 우승 때보다 훨씬 강력해졌다. 이미 지난주 액센추어매치플레이챔피언십 때 결승에 오르며 업그레이드된 실력을 과시했다. 당시 8강전에서 매킬로이의 우드 티샷은 배상문의 드라이버샷보다 15야드가 더 나갔다. 지난 겨울 헬스장에서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소화하면서 샷이 더욱 견고해졌다. 이번 대회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는 297.6야드로 8위를 했다.

퍼트에서도 발군이었다. ‘퍼트로 얻은 타수’가 매 라운드 1.566타로 5위였다. 즉 퍼팅으로만 이번 대회에서 6타를 줄인 셈이다. 매킬로이는 최근에 영입한 ‘퍼팅 대가’ 데이브 스탁턴(미국)의 지도를 받으면서 퍼팅 실력이 안정됐다. 아이언샷의 그린적중률도 66.7%로 공동 10위를 기록해 전 분야에서 상위권에 올랐다.

◆침착한 경기 운영 돋보여

매킬로이는 지난해 마스터스에서 선두를 달리다 최종일 80타로 무너진 것처럼 들쑥날쑥한 플레이가 단점으로 지적되곤 했다. 그러나 이날 매킬로이는 경쟁자들의 추격에 흔들리지 않았다. 턱밑까지 치고 올라온 우즈 외에도 함께 랭킹 1위에 도전했던 리 웨스트우드(영국)가 이글 1개와 버디 5개로 7타를 줄이는 뒷심을 발휘하며 끝까지 매킬로이를 긴장시켰다.

그러나 매킬로이는 막판에 3개의 결정적인 파세이브를 했다. 14번홀(파4)에서 그린 옆 러프에서 세 번째 샷을 1.2m 지점으로 보내 파를 세이브했고 ‘베어트랩’의 15번홀(파3)과 17번홀(파3)에서는 티샷이 모두 벙커로 들어갔으나 파세이브에 성공했다.

매킬로이는 “힘든 날이었다. 특히 우즈가 치고 올라오는 것을 지켜보는 게 쉽지 않았다. 파만 지키면 충분히 우승할 것으로 보고 1언더파 정도만 치자는 마음으로 지키는 골프를 했다”고 말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