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이 앞다퉈 프랑스를 떠나고 있다. 부유층에 대한 세금 부담이 클 뿐 아니라 프랑스에 만연한 반(反)부자 정서 탓에다가 (사회당 집권 가능성에 따른) 불확실성까지 증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보수 일간 르피가로가 25일(현지시간) “연간 1200가구가 넘는 부유층이 ‘세금이 부담된다’며 프랑스를 떠나 이민을 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르피가로는 ‘세금, 프랑스를 떠나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벨기에에 20만명, 스위스에 16만명 등 수십만 명의 프랑스인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이민을 가 있다”고 지적했다.

르피가로는 “부자들은 프랑스 대선 결과가 나오길 기다리지 않은 채 ‘지금 당장’ 프랑스를 떠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있다”며 “그들은 이민을 그나마 남아 있는 재산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으로 여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예인과 예술가, 기업인에 국한됐던 이민 행렬이 의사와 금융인, 건축가, 법률가, 스포츠스타 등으로 확대됐고 최근엔 고학력층을 중심으로 한 젊은 세대까지 이민대열에 합류하고 있다고 르피가로는 소개했다.

이런 움직임은 좌파인 사회당의 집권도 우려되지만 설령 우파인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재집권하더라도 좌파적인 정책을 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것. 프랑스는 이미 긴축정책 여파로 각종 세금부담이 커졌고 부유층에 대한 증세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오는 4월22일 대권에 도전하는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 후보는 연간 15만유로(2억2200만원) 이상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율을 현행 최고 41%에서 45%로 높이는 ‘부자증세’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이에 대해 올랑드 후보 측 관계자는 프랑스TV와의 인터뷰에서 “사회당 집권을 우려해 부자들이 탈출하고 있다는 우려는 (사회당 출신이었던) 프랑수아 미테랑이 대통령이 되면 파리 콩코르드광장에 소련군 탱크가 진주할 것이라던 1980년대의 근거 없는 우려가 연상되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