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 규제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통시장과 골목 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대형마트와 SSM의 신규 점포 개설을 제한하고 기존 점포의 영업시간도 줄이겠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기존 규제법보다 훨씬 강력한 출점 규제와 영업 제한을 담은 대책을 지난 13일 내놓기도 했다. 30만명 미만 거주 중소 도시에 신규 출점을 한시적(5년)으로 금지하고, 기존 점포에 대해 월 최대 4일까지 의무휴업일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골자다.

당장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과 업계의 핫이슈로 떠오른 것은 ‘개정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른 영업 제한 조치다. 시행령 공포와 조례 개정 등을 통해 지방자치단체별로 개정 유통법에 근거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실시되는 시점이 총선과 맞물려 있어서다. 지역구 의원이나 총선 예비 후보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앞다퉈 개정 유통법의 철저한 이행을 약속하거나, 조속한 조례 개정을 지자체에 촉구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공포된 개정 유통법의 핵심은 신설된 ‘제12조 2항’이다. 시장·군수·구청장은 대형마트와 SSM에 대해 영업시간을 제한하거나 의무휴업일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영업시간 제한 범위는 ‘오전 0시부터 오전 8시까지’, 의무휴업일 범위는 ‘매월 1일 이상 2일 이내’로 정했다. 1회 위반한 점포는 1000만원, 2회는 2000만원, 3회 이상은 3000만원의 과태료를 물릴 수 있도록 했다.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개정 유통법에 따른 조례를 만든 곳은 전주시다. 매월 둘째·넷째주 일요일을 의무 휴업일로 지정하고 0시부터 오전 8시까지 영업을 제한하는 조례안을 지난 7일 통과시켰다. 개정 유통법이 정한 범위에서 대형마트와 SSM의 영업을 최대한 제한하는 내용이다. 경기 성남시도 최근 전주시와 동일한 내용의 조례안을 만들었다. 대부분의 지자체는 이달 말 시달될 예정인 지식경제부의 표준 조례안과 내달 중순께 확정, 공포되는 시행령 개정안을 참조해 조례 개정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규제 내용은 지자체가 원칙적으로 ‘의무휴업일을 어떻게 지정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다. 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강력한 규제’를 외치는 정치권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전주시와 성남시처럼 최대 규제 범위인 ‘월 2회 일요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대형마트와 SSM 업계는 지난 17일 개정 유통법 규제 조항에 대해 헌법상 직업(영업)의 자유(15조)와 평등권(11조1), 소비자 선택권(10조) 등의 침해를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안승용 체인스토어협회 부회장은 “규제 조항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인위적으로 제한해 쇼핑 불편을 가져오고, 해당 점포의 고용 감소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협회는 대형마트 7곳과 SSM 5곳이 전국적으로 월 2회 일요일 휴무하면 6500명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법조계는 영업 제한 조항이 홈플러스(영국)나 코스트코(미국) 등 외국사에 대해서는 ‘서비스 영업의 총량 제한을 금지’하는 세계무역기구(WTO) 서비스무역협정(GATS) 12조 2항에 어긋나 국제법 위반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영국과 미국 등이 WTO에 GATS 위반을 이유로 한국을 제소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도 “국내 정서와 시장 분위기를 감안할 때 (영국 본사가) 국제법에 근거해 문제삼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