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대선이 다가오기 때문일까. 소셜 네트워크 세상에서 진보진영에 의제설정력을 선점당했다는 위기감 때문일까. 보수진영 인사들이 트위터에 뛰어들어 뭉치기 시작했다. 트위터러들한테 몰매를 맞기도 하지만 좌충우돌하며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진보진영이 판을 주도하는 동안 뭘 했느냐는 반성도 한몫한 것 같다.

보수 인사들은 그동안 ‘트위터=좌파 낙서장’ 정도로 치부하며 외면하거나 구경하기만 했다. 이 판을 바꾸기 위해 몇몇 인사들이 ‘보수진영 확성기’를 자처하고 나섰다.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강용석 무소속 국회의원, 강재천 민주화보상법개정추진운동본부장,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전여옥 새누리당 국회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조문 여부, 박원순 서울시장 자녀 병역비리 의혹, ‘나꼼수 비키니’ 논란 등을 두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진보진영에 융단폭격을 가했다. 여기에 진보진영이 맞서면서 트위터 공간이 달아오르기도 했다. 보수 인사들의 파급력은 진보진영에 미치진 못하지만 보수진영을 결집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보수 집결지’ 조갑제 트위터

조 대표(@chogabje1)는 2010년 8월 트위터 계정을 만들었으나 지난해 서울시장선거 직전부터 활용하기 시작해 팔로어가 1만여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조 대표 트위터는 강 의원, 강 본부장을 비롯해 김문수 경기도지사, 전 의원, 변 대표 등의 글을 한번에 읽을 수 있는 ‘보수 종합선물세트’다.

조 대표는 틈만 나면 트위터의 리트위트(RT) 기능을 이용, 보수 성향의 글을 퍼뜨린다. “공지영, 남탓만 하는 문란한 여자”(@inukin*****), “주진우 기자, 나경원 의원 1억원 피부과 진료 얘기, 팩트와 다르다는 것 입증됐으니 사과하세요”(@harik*****) 등 또 다른 보수의 목소리를 부지런히 RT한다.

남의 글 인용만 하는 건 아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에게는 “비대위가 좌충우돌, 저질 언동을 일삼아도 제지하기는 커녕 즐기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도 “복잡하게 말하지 말고 ‘출마 안 할 뿐 아니라 특정인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되지 않느냐”고 날을 세웠다.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꿨을 때 올린 “최악의 개명, 새누리당”이란 조 대표 글은 각종 매체에 보도되며 인구에 회자됐다. 시사평론가 진중권 씨(@unheim)는 트위터에서 “조 대표와 소통하길 바라서 하는 말은 아니지만 그분과 소통하는 ‘젊은’ 사람은 늘어나고 있다”고 언급했다.

조 대표는 짧고 쉬운 언어를 구사하는 진보진영과 달리 한문을 섞어 쓴다. ‘漢字말살로 韓國語 파괴’ ‘공산守舊세력’ ‘김정일-김정은보다 李明博 더 비판’… 이런 식이다. 트위터 계정 자체가 ‘趙甲濟(조갑제)’로 돼 있다.

◆신흥 저격수 강용석·강재천

조 대표가 숙주 역할을 한다면 강 의원과 강 본부장은 외곽 저격수를 자처한다. 특히 아나운서 지망생과 대통령 내외까지 아우른 성희롱 파문으로 “정치생명이 끝났다”는 진단을 받았던 강 의원(@Kangjaechon)은 트위터를 통한 부활을 꿈꾸며 좌충우돌하고 있다.

트위터 소개글에 ‘고소·고발 집착남, 보수의 아이콘’이라고 적는 등 본인의 ‘캐릭터’를 상품화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강 의원은 최근 무차별 고소·고발로 인지도를 높였고 주요 목표물인 박 시장을 겨냥해 “시장직을 유지하려고 아들 인생을 파탄낼 셈이냐”며 맹공을 퍼붓기도 했다.

아직은 “자신을 나꼼수 급수로 올리려는 강용석의 꼼수”(@Rule*****)처럼 비난 섞인 목소리가 강하지만 일부 누리꾼은 “강용석처럼 강력한 우파 저격수를 등용해야 한다”(@jhc****)고 동조하기도 한다.

강 본부장(@Kangjaechon)도 트위터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보수 논객 중 한 명. “강재천 참 저급하다”(@a*****)는 지적을 받으면 “나 무진장 저급하다. 나꼼수 똥개들에게 배웠거든”이라고 받아친다. 한 누리꾼은 “강재천 같은 사람 팔로어가 4만7000여명이라니 참 답답하다”(@ibl****)고 토로했다.

김선주 기자 @totoro79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