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권력투쟁 소용돌이 속으로
중국 정치권에 권력 투쟁의 소용돌이가 몰아치고 있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이끄는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파가 태자당인 보시라이 충칭시 서기, 상하이방의 거두인 자칭린 정치협상회의 주석과 관련된 사정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 있는 중국 반체제 사이트 보쉰닷컴(www.boxun.com)에는 “연말 지도부 개편 이후에도 군사위원회 주석 자리를 유지하려는 후 주석의 포석”이라는 등의 글이 잇따라 오르고 있다. 물밑에서 죽고 살기 식의 권력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공청단, 상하이방과 태자당 동시 공격

중국 공산당, 권력투쟁 소용돌이 속으로
공청단이 태자당과 상하이방을 공격하는 이유는 차기 지도부인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구성에서 수적 열세를 모면하려는 의도다. 9명의 정치국 상무위원 중 현재 정확한 공청단파는 후 주석과 리커창 부총리 두 명뿐이다. 차기로 꼽히는 후보 중 공청단파는 왕양 광둥성 서기, 리위안차오 공산당 조직부장, 류옌둥 국무위원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이들이 모두 지도부에 합류해도 수적으로는 상하이방과 태자당 연합세력에 밀린다. 따라서 상하이방과 태자당의 약점을 공격, 차기 지도부 구성에서 좀 더 많은 지분을 양보받으려는 의도가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 최고 지도부 구성 과정은 투명하지 않다. 각 계파와 군부, 그리고 혁명 원로들이 모여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후 주석이 정치국 상무위원에서 물러난 뒤에도 일정한 힘을 유지하기 위한 포석을 두고 있다는 설도 있다. 장쩌민 전 주석은 2002년 국가주석직을 내놓은 뒤에도 권력의 핵심인 공산당 군사위원회 주석직을 2년간 보유했다. 또 후 주석의 경호실장에 자신의 심복을 임명하도록 해 일정한 영향력을 계속 행사했다. 2009년 건국 60주년 행사 때 TV 화면이 후 주석 등 정치국 상무위원 9명과 나란히 도열한 장 전 주석의 얼굴을 다른 상무위원보다 훨씬 오래 비춰 ‘역시 살아있는 권력’이라는 평을 받았다. 베이징의 한 외교전문가는 “지금도 후 주석이 세냐 장 전 주석이 더 강하냐를 두고 논쟁이 벌어질 정도”라고 말했다. 그래서 후 주석이 장 전 주석과 같은 정도의 파워를 유지하기 위해 정지작업을 하는 게 아니냐는 소문이 돌고 있다.

◆심복을 쳐서 주군을 견제

밀수왕 라이창싱(賴昌星)이 전격 기소되면서 상하이방이 떨고 있다. 푸젠성 샤먼시 검찰은 작년 7월 캐나다에서 송환한 그를 최근 중급인민법원에 기소했다. 라이창싱은 1994년 푸젠성에서 위안화그룹을 세운 후 530억위안어치의 상품을 밀수하고 300억위안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당시 식당과 술집, 안마시술소 등이 들어선 훙러우(紅樓)라는 3층짜리 건물을 세우고 푸젠성 간부들을 접대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때 푸젠성 당서기가 현재 권력 4위인 자칭린 주석이다. 자 주석은 상하이방의 거두로 장쩌민파의 2인자다. 살아있는 권력인 장 전 주석을 견제하기 위해 자 주석을 흔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라이창싱은 캐나다 도피 중 홍콩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내가 입을 열면 수많은 사람들이 끝장난다”고 말하기도 했다.

보시라이 서기를 정치적 곤경에 빠뜨린 것은 보 서기와 함께 태자당의 새로운 보스인 시진핑 부주석을 견제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시 부주석은 보 서기의 정치적 후원자를 자임하며 충칭을 방문해 보 서기의 조직폭력배 소탕 등을 공개적으로 칭찬하기도 했다. 그러나 보 서기가 튀는 행보로 본인은 물론 태자당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 서기는 과거 공산당의 이념을 앞세우는 소위 ‘충칭식 모델’로 중앙정부와 다른 정책을 펴왔고 이를 전국에 확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말 한 회의에서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홍가(공산당 찬양 노래)를 듣고 ‘좌파’라든가 ‘과거로 회귀한다’는 쓸데없는 말을 한다”며 후 주석파를 공격하기도 했다. 상하이방과 태자당에 대한 공격을 주도하고 있는 사람은 리위안차오 부장으로 알려졌다. 리 부장은 공청단 출신이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