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있어도 빚에 허덕이는 '하우스푸어'가 늘고 있다.

지난해 하우스푸어의 가계 빚은 가처분 소득보다 1.4배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둔화와 고용감소로 가계소득이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한국은행과 통계청, 금융감독원의 '2011년 가계금융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자기 집을 보유한 가구의 가처분 소득은 연평균 3688만 원으로 2010년 3373만 원보다 9.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 부채총액은 6353만 원으로 전년(5629만 원)에 비해 12.9% 늘어났다. 가처분소득 증가 속도의 1.4배에 달한다.

가처분 소득에서 부채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0년 166.9%에서 2011년 172.3%로 확대됐다. 자택 보유 가구의 월지급 이자와 월상환액은 48만 원에서 60만 원으로 25% 급등했다.

비수도권보다 수도권 가구의 살림살이가 더욱 팍팍해졌다. 수도권 가계의 가처분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250.2%로 비수도권 가계 110.0%의 두 배를 넘었다. 증가세 역시 수도권은 2010년 239.4%보다 10.8%포인트 상승해 비수도권 0.3%포인트보다 가팔랐다.

월지급 이자와 월상환액은 수도권 가계가 64만 원에서 79만 원으로 23.4%, 비수도권 가계가 38만 원에서 47만 원으로 23.7% 늘었다. 부채와 이자비용이 소득보다 빠르게 는다는 것은 가계 빚을 갚을 능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무리한 대출과 세금 부담으로 집은 있어도 실질 소득이 지속적으로 감소한 탓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대출 원리금 상환에 따른 부담으로 가계지출을 줄이는 넓은 의미의 하우스푸어가 2010년 기준으로 156만9000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 역시 경기 둔화세가 실질임금 상승세보다 뚜렷해 하우스푸어는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이들 가운데 생계난을 견디지 못해 집을 처분, '하우스리스(무주택자)'로 전락하는 사람도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수입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부채가 누적되고 대출금리가 올라 가계 가처분소득이 줄고 있다" 며 "경계에 있던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경제둔화, 물가불안 지속으로 하우스푸어가 결국 집을 내놓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며 "문제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싼값에 집을 내놓아도 팔리지 않고 주택가격이 더 내려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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