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세 퇴직자도 입사…'정년 없는 中企'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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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낙훈의 현장 속으로
'헌옷 수출' 기석무역, 단순작업…나이제한 없어 118명 중 70명이 50대 이상
신도산업, 정년 아예 폐지…부모님 모시면 '孝수당'
'헌옷 수출' 기석무역, 단순작업…나이제한 없어 118명 중 70명이 50대 이상
신도산업, 정년 아예 폐지…부모님 모시면 '孝수당'
이 회사 임직원 130명 가운데 50세 이상은 19명이며 이 중에는 환갑이 지난 사람도 4명 있다. 이 회사는 정년 폐지와 더불어 부모님을 모시는 직원에 대해선 효행수당을 주고 있다.
황용순 회장(64)은 대학 졸업 후 고향인 파주의 여고에서 교편을 잡다가 1987년 신도산업을 세웠다. 그는 “부모를 공경하는 게 인륜의 근본”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고령자를 지속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나 효행수당을 주는 것도 이런 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베이비붐 세대에 닥친 정년 퇴직 쓰나미 속에 정년을 없애는 중소기업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중소기업들이 정년 폐지에 나서는 건 신도산업처럼 일손 부족을 해결하고, 종업원을 배려하기 위해서다. ‘1석2조’의 조치인 셈이다.
경기도 시화공단의 직결나사업체 명화금속(대표 임정환)은 전체 직원 176명 중 50세가 넘은 직원이 76명으로 43%에 이른다. 이 중 23명은 환갑이 지났다. 원래 정년은 57세지만 그 나이에 퇴직하면 재취업하기 힘든 만큼 원하는 사람은 계속 일할 수 있도록 임정환 대표(76)가 배려한 데 따른 것이다. 2년 전 도입했다. 임 대표는 초등학교 졸업 후 상경해 10대 중반부터 서울 당산동 철공소에서 일한 뒤 창업한 기업인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요즘 정년퇴직 연령인 50대 중·후반은 청년처럼 건장해 얼마든지 일할 수 있다”며 “이들이 인력난을 겪는 중소기업에서 일하면 본인에게도 좋고 기업에도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고양시 식사동의 기석무역(대표 구성자). 이 회사의 내국인 직원은 모두 118명이다. 이 중 50세가 넘는 사람은 모두 70명이다. 전체 직원의 약 60%에 이른다. 이들 가운데 18명은 환갑이 넘었다. 일부는 70대다. 이 회사는 최근 만 58세이던 정년을 63세로 늘렸으며, 64세 이후엔 본인이 원하면 촉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했다.
하는 일은 헌옷을 분류하고 묶는 것이다. 전국에서 모인 헌옷을 160여가지로 구분해 30여개국으로 수출한다. 동남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이 주시장이다. 연간 수출액은 1300만달러에 이른다. 구성자 대표(50)는 “주종인 헌옷을 비롯해 신발과 가방을 월 40~50대의 컨테이너에 실어 해외로 내보낸다”고 말했다. 입을 수 없는 옷은 걸레감으로 판다.
구 대표는 “직원 대부분은 동네 주민이며, 일부는 일산 파주 서울 등지에 산다”며 “단순작업이기 때문에 굳이 연령을 제한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출퇴근을 돕기 위해 집 근처까지 승합차나 미니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서울의 한 인쇄업체의 경우 최근 타사에서 정년퇴직한 55세 중년을 재입사시키는 등 정년 없는 직장을 목표하고 있다. 이 회사도 전체 직원 50명 중 20명이 50세 이상 근로자다. 이 중 제본에서 일하는 안모씨는 76세다. 경비를 맡은 김모씨는 74세다. 이같이 고령자 활용을 통해 일손 부족을 덜고 은퇴자의 노후 생활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