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촉매제 '메탈로센' 상용화
정밀화학 신소재 기업인 에스피씨아이(대표 김선중·53)가 꿈의 촉매로 불리는 ‘메탈로센 촉매’의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 회사는 차세대 고분자 기술로 폴리올레핀(합성수지)의 물리적 성질을 이용해 강도, 탄성, 투명성 등을 임의로 조절하는 메탈로센 촉매를 다음달부터 경주 안강읍 두류공단 내 연면적 3000㎡ 규모의 촉매전문 공장에서 본격 양산에 들어간다고 13일 밝혔다.

메탈로센 촉매를 상용화한 기업은 미국 엑슨과 다우, 일본 미쓰이(三井) 석유화학, 미쓰비시(三菱)화학 등 10여곳에 불과하며, 국내에서는 에스피씨아이가 유일하다.

메탈로센 촉매는 플라스틱 성질을 자유자재로 변화시켜 고기능성 고부가가치의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핵심 소재이지만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비싼 로열티를 내며 해외업체로부터 전량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회사 측은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메탈로센 촉매의 오반응 때 공장 가동이 전면 중단될 수 있는 위험을 항상 갖고 있었지만 시장 규모가 대기업이 진출할 만큼 크지 않아 전량 수입에 의존해왔다”고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반해 해외 메이저 석유화학기업들은 경쟁적으로 메탈로센 촉매를 초고강도 슈퍼섬유, 태양전지, 풍력발전기 오일, 전기전자 등의 첨단 소재 개발로까지 확대하면서 관련 시장 규모를 키워왔다.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메탈로센 촉매의 세계시장 규모는 2011년 7억달러에서 5년 뒤인 2016년에는 15억달러로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시장 규모도 2011년 300여억원에서 2015년 1530억원 규모로 전망되고 있다.

에스피씨아이는 이처럼 시장 규모가 확대되면서 경주 안강공장 가동에 앞서 이미 중국 최대 석유화학 기업인 시노펙(SINOPEC)으로부터 연간 5억원어치 물량 공급을 수주받는 등 국내외 석유화학 기업들로부터 수요가 잇따라 올해만 100억원 이상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09년 회사를 창업한 김 대표는 메탈로센 촉매분야에선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적인 권위자로 정평이 나 있다. 1992년 미국 산호세주립대에서 화학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후 미국 실리콘밸리의 촉매전문회사에서 1983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헨리 타우베 박사로부터 촉매관련 기술을 전수받는 등 17년여 동안 미국에서 메탈로센 촉매 연구와 기술 개발에 대한 폭넓은 경험을 갖고 있다.

김 대표는 “연구실과 사무실 전체 직원을 통틀어 10여명에 불과하지만 작년 촉매 샘플 공급으로만 8억원의 매출을 거뒀다”며 “향후 5년 내 매출 1000억원의 초일류 메탈로센 촉매 전문회사로 변신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2013년까지 울산 온산공단 내 학남정밀화학 소재단지에 촉매공장을 추가 증설해 중국과 인도, 중동 등 해외시장 수요에 적극 대처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