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동북쪽 80㎞에 있는 마프락 지역. 이곳에 있는 지역 장애아동들이 공부하고 물리치료 등을 받는 마프락 장애아동훈련·재활센터에서 만난 문신애 KOICA 봉사단원은 “이곳에 와서 그다지 한 일도 없이 2년을 보낸 것이 부끄럽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마프락센터에서는 45명의 6~17세 사이의 자폐증, 다운증후군, 뇌성마비 아동들이 수업과 치료를 받는다. 대학졸업 후 한국에서 5년 넘게 물리치료사로 일한 문 단원은 KOICA 봉사단원으로 지원해 이곳에서 2010년 4월부터 약 20명의 뇌성마비 아동들에게 물리치료를 해주고 있다. 문 단원은 이곳에서 ‘천사’로 불릴 정도다. 물리치료실에는 문 단원이 한국에서 직접 공수해 제작한 물리치료법이 그려진 화보의 글씨가 모두 아랍어로 번역돼 있다. 자신이 자리를 비울 경우에도 누군가 치료를 대신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고생할 것을 각오하고 왔지만 아는 사람 하나 없는 타국에서 20대 여성 혼자 지낸 2년은 만만치 않았다. 친근한 센터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자청해서 센터 외벽에 벽화를 그리는 작업을 할 때 지역 주민들 수십명에게 둘러싸여 돌팔매를 맞기도 했다. 요르단 부유층의 허드렛일을 하는 동남아시아 여성들로 인한 편견 때문이었다.
하지만 문 단원은 지역주민의 멸시에도 직접 그들의 집까지 방문해 센터에 못 나오는 장애아동을 찾아 치료하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열어갔다. 이 지역 대부분의 주민들은 유목민인 베두인족이다. 근친결혼이 많아 장애아동 출산비율이 높지만 장애가 있는 자식을 부끄러워하는 부모들의 인식 탓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다는 것. 문 단원의 노력 덕에 최근에는 장애가 있는 성인들도 센터를 방문해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사파 모하메드 알라무시 센터장은 “문 단원의 친화력 덕에 센터를 방문하는 장애아동이 5배 넘게 늘었다”고 말했다.
문 단원은 오는 4월이면 요르단 봉사를 마친다. 문 단원에게 향후 계획을 묻자 그는 “아마도 제 힘이 필요한 다른 나라에서 봉사하고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마프락(요르단)=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