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업체들이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유통산업발전법과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대해 헌법뿐만 아니라 국제법 위반이라며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10일 법조계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체인스토어협회에 소속된 대형마트 회원사들은 지자체들이 단속 등을 통해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을 강제할 경우 효력정지 가처분이나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낼 계획이다. 영업시간 제한의 법적 근거인 유통산업발전법 12조의 2와 시행령 7조의 2, 지자체 조례에 대해서는 이달 중 헌법소원을 내기로 했다. 지난 1월 신설된 유통산업발전법 12조의 2에서는 시장이나 군수, 구청장이 중소유통업의 상생발전을 위해 필요할 경우 조례를 정해 대규모 점포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거나 의무휴업일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영업시간 제한은 오전 0시부터 8시까지, 의무휴업은 매월 1~2일이다. 이를 근거로 전주시의회가 지난 7일 대형마트를 매월 둘째주와 넷째주 일요일에 강제로 쉬게 하는 조례안을 통과시켰고 서울과 부산·광주·경기·인천도 유사한 조례안을 제정키로 했다.

대형마트 업체는 유통산업발전법 12조의 2가 영업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식경제부가 지난 7일 입법예고한 유통산업발전법 시행령 개정안에서는 대규모 점포로 대형마트만 지정하고 백화점은 제외해 평등권도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법조계는 홈플러스, 코스트코 등 외국사들에 대해서는 세계무역기구(WTO) 서비스무역협정(GATS)에 어긋나 국제법 위반에도 해당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GATS 16조 2항에서는 서비스 영업의 총량 제한을 금지하고 있다. 정부는 총량은 매출을 의미하는 것일 뿐 영업시간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지만 업체들은 영업시간과 매출을 따로 떼서 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형마트 업체들은 행정처분 취소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낼 때 GATS 위반이라는 점을 근거로 제시하기로 했다.

법조계는 홈플러스 본사가 있는 영국이나 코스트코 본사가 있는 미국이 WTO에 GATS 위반을 이유로 제소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WTO 내 분쟁해결기구에서 영국과 미국의 주장을 받아들이면 두 나라는 한국에 무역보복 조치를 할 수도 있다.

다만 이는 국가적 차원의 문제로 번지는 것이어서 말그대로 ‘최후의 수단’이 될 전망이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과거에도 WTO 회원국이 한국의 서비스업 규제정책에 대해 GATS 위반을 주장하며 제소하려다 한국 정부에서 정책을 철회해 제소하지 않은 사례가 있었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 GATS

general agreement on trade in services의 약자. 정부 분야를 제외한 모든 서비스 교역을 규율하는 국제 협정이다. 1995년 WTO 협정의 일부로 발효돼 이때 한국도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지며 위반 시 상대방 회원국의 무역 보복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