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능력평가시험 교재 1위 업체인 해커스어학원이 토익(TOEIC) 등 시험문제를 불법 유출했다는 검찰 수사 결과가 나왔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김영종)는 해커스교육그룹 사주 조모씨(53)와 해커스어학원 대표 조모씨(49) 등 임직원 5명과 해커스어학원, 해커스 어학연구소 등 법인 2곳을 저작권법 위반과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고 6일 발표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씨 등은 직원들을 시켜 2007년 10월부터 지난 1월까지 미국 교육평가원(ETS)의 토익 시험문제와 서울대 언어교육원의 텝스(TEPS) 시험문제를 모두 106회에 걸쳐 외우게 하거나 초소형 카메라 등으로 녹화 및 녹음토록 해 외부로 빼돌렸다. 토플(TOEFL)과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 문제도 일부 유출시켰다.

듣기능력 시험장에 있는 헤드폰과 귀 사이에 해외에서 구입한 특수 녹음기를 끼우는 수법으로 문제를 녹음하게 했고, 독해 문제는 마이크로렌즈를 장착한 만년필형 녹화장치를 사용해 몰래 빼내는 방식이었다. 문제 유출에는 해커스교육그룹 전직원 260여명 가운데 50~60명이 동원됐다. 이들이 유출한 문제는 실시간으로 어학원 인터넷 웹사이트에 게재되고 교재 편찬에 활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에 있는 현지인 회사원은 이 어학원의 웹사이트에 게시된 기출문제를 보고 시험에 응시해 단기간에 만점에 육박하는 점수를 받자 일본 토익위원회가 한국 위원회에 해커스어학원에 대한 우려를 공식적으로 표명하기도 했다. ETS는 어학원의 문제 유출로 매년 한국인을 위한 특별시험 용도로만 7회차 문제를 별도 개발해 66만5000달러(7억4000만원)의 손실을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커스교육그룹 사주 조씨는 2001년부터 모 국립대 영문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공무원의 영리업무 및 겸직금지 규정을 위반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해커스교육그룹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토익 등 기출문제를 내부적으로 복기해 수험생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제공과 연구목적으로 사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해커스교육그룹은 2002년 설립된 이후 영어시험 분야에서 ‘족집게’라는 명성을 얻으며 2010년 기준 매출 1000억원, 당기순이익 360억원의 국내 최대 어학교육그룹으로 성장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