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화투·한글…한류 '컬처노믹스' 일등공신 이유있네
태권도는 한류의 원조다. 한국전쟁 후 미국으로 나간 유학생들이 씨앗을 뿌렸다. 이후 무술영화 붐을 타고 전 세계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중심에 이소룡의 무술연기가 있었다. 그는 한인태권도 이준구 사범으로부터 태권도를 익혔다.

지금은 전 세계 웬만한 나라에는 태권도 사범과 도장이 진출해 있다. 1994년에는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확산에 불을 질렀다. 한국의 스포츠를 전 세계인의 공인 스포츠로 규정한 것은 국격을 끌어올린 쾌거였다.

해외에 나간 사범들이 즐겼던 한국음식은 드라마에 앞서 한류를 일으키는 요인이 됐다. 해외 수련생들은 스승이 즐겨먹는 음식에 처음에는 질겁했다. 고추장의 매운맛과 혀끝을 자극하는 마늘맛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김치와 불고기 등은 외국인들에게도 친숙하다.

우리말을 확산시키는 효과도 거뒀다. ‘차렷’ ‘돌려차기’ 등 우리말 구호들을 외국인들도 그대로 사용한다. 태권도의 정신과 철학도 함께 전수한다.

도복 등 관련 장비 산업도 커지고 있다. 특히 올림픽 경기에 필요한 헬멧이나 보호대 등은 큰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다만 해외기업에 밀린 한국기업들이 이 분야에서 커다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을 따름이다.

태권도와 함께 화투, 한글도 산업화의 길을 걷고 있다. ‘한국 사람은 모였다 하면 고스톱’이란 말이 있다. 1950년대 일본에서 개발된 고스톱(Go-Stop) 또는 고도리(일본어·五鳥)는 한국 놀이문화사에서 일찍이 대중성을 확보한 ‘국민 오락’이다.

고스톱이라는 문화가 영상 작품이나 디자인, 게임 등의 소재로 활용되면서 문화의 산업화를 일컫는 ‘컬처노믹스’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고스톱을 소재로 한 영화 ‘타짜’는 흥행에 대성공했다. ‘타짜’는 684만명을 동원해 역대 한국영화 흥행 13위에 올랐다. 제작비 51억원을 투입해 약 80억원의 순수익을 얻었다.

화투의 시장 규모는 수조원대로 추정된다. 온라인, 모바일, 비디오 등 게임 산업의 소재로 널리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게임 포털에 등록돼 있는 고스톱 게임은 지난 1월 말 현재 500개가 넘는다. 닌텐도의 휴대용 게임기인 닌텐도 DS의 게임타이틀로 출시되는 등 휴대용 게임으로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홍은주 디자이너는 화투의 디자인을 옷의 패턴에 적용했다. 다른 아티스트들은 미술과 주얼리 디자인 등에도 화투를 소재로 활용했다.

한글은 쓰기 편할 뿐 아니라 미적으로도 우수하다. 직선과 나선, 삼각형, 원 등 순수 기하학적 형태미를 보유해 응용하기 쉽고 패턴 인식도 뛰어나다.

이상봉 디자이너는 한글을 작품의 모티브로 활용한 대표적 디자이너다. 2006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패션쇼에서 그는 한글패션의 새 지평을 열었다. 이후 세계적인 패션쇼 ‘프레타포르테’에서 연속으로 한글 디자인을 선보였고, 휴대폰 침구 주방용품 담배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한글이 중국문화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우리 문화라고 생각한 이건만 디자이너는 아예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었다. 한글과 전통문양의 예술적 아름다움을 현대와 접목시킨 넥타이 스카프 핸드백 등은 소비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디자이너 정영숙 씨, 한복디자이너 박술녀 씨, 주얼리 디자이너 김정주 씨 등도 훈민정음을 프린트한 넥타이, 한복치마, 목걸이, 반지를 만들었다. 지금까지 나온 상품 수는 1000여개다.

한글배우기 열풍을 타고 다른 교육 사업도 커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찌아찌아 족은 한글을 공식 언어로 채택했다. 일본과 동남아 각국에서는 한글 수강생들이 늘면서 관련 출판사업과 학원 사업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고정민 홍익대 교수 겸 창조산업연구소장은 “고유의 전통, 풍속, 유산 등 풍부한 문화 자원을 상품에 접목하는 사례들이 날로 늘고 있다”며 “제조업과 경영, 마케팅 분야와 국가브랜드 등에도 전통문화를 접목해 재창조하는 시도를 확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