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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국제자금흐름 '트라이앵글'서 '쩐의 전쟁'으로

2차 대전 후 유동성 사상 최고…한국 등 신흥국으로 집중 유입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요즘 각국 중앙은행이 일대 변신을 꾀하고 있다. 범위도 △통화정책 목표 △통화정책 관할권 △기준금리 변경 방식 △감독권 범위 등에 걸쳐 다양하다.

많은 변화 가운데 증시 입장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목표가 수정되고 있는 점이다. 전통적으로 중앙은행 목표는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있는 만큼 밀턴 프리드먼 같은 통화론자들은 경기부양 등의 다른 목표를 추구하는 것은 ‘악마와의 키스’라고 표현할 정도로 금기(taboo)로 여겨왔다.

하지만 세계 경제의 글로벌화가 진전되고 시장경제가 활성화됨에 따라 물가는 안정되는 추세다. 이런 시대에 중앙은행이 물가안정만을 고집하기보다 위기 극복, 경기회복 등의 다른 목표를 추진해야 한다. ‘악마와의 키스’가 ‘천사와의 키스’로 대접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의미다.

실제로 각국 중앙은행은 물가안정보다는 경기를 부양하는 쪽으로 적극 나서고 있다. 벤 버냉키 미 중앙은행(Fed) 의장은 올 들어서도 첫 Fed 회의와 의회 연설에서 기준금리를 2014년 말까지 유지하고 필요할 경우 3차 양적완화를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만큼 경기부양 의지가 강한 것으로 비쳐진다.

전통적으로 물가안정을 중시해 왔던 유럽 중앙은행(ECB)이 마리오 드라기 총재 취임 이후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물가가 여전히 불안한 상황에서 ECB는 이미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유동성 조절정책도 미국처럼 국채 매입을 통해 양적완화를 추진하고 그 규모를 늘려가는 중이다.

신흥국 중앙은행도 물가 부담이 여전한 상황에서 각종 정책금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브라질 인도 러시아는 기준금리를 인하했고, 중국은 3년 만에 지급준비율을 내렸다. 2010년 상반기 이후 물가를 잡기 위해 추진했던 강력한 긴축정책으로 경착륙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성장이 훼손당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다. 하나는 중앙은행이 모든 자금의 원천인 본원통화(high-powered money)를 공급하는 것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개념이다. 다른 하나는 중앙은행의 본원통화 공급 여부와 관계없이 이미 시중에 나와 있는 자금 가운데 퇴장(hoarding)했던 통화가 방출(dishoarding)되는 경우다.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림에 따라 국제금융시장은 ‘제2의 초저금리 시대’를 맞고 있다. 테일러 준칙(Taylor’s rule)을 통해 추정한 주요국의 적정금리를 보면 미국 3.5%, 유로랜드 3.5%, 영국은 3.75%로 나온다. 하지만 이들 국가의 현 기준금리는 제로(0) 수준에 가깝다. 국채, 모기지 증권, 주식, 우량 회사채 등 다양한 형태로 양적완화 정책을 병행하고 있다.

현재 실물경제 규모에 비해 월등히 많은 유동성 때문에 금융시장에서는 종전의 경제이론이나 인식으로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현상이 발생해 혼란스럽다. 증시에 대해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역설(paradox)’이니 ‘수수께끼(conundrum)’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학계에서는 ‘경제학이 혼돈시대(chaos of economics)’에 접어들었다고 우려한다.

대표적으로 미 국채시장에서 지속되는 ‘T-본드의 역설(T-bond’s paradox)’이 있다. 미국처럼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부담이 높은 상황에서는 국채수익률은 상승(국채값 하락)해야 하나 반대로 하락(국채값 상승)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정도 차는 있지만 사정은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유동성의 국제 간 자금흐름을 보면 위기 국면에 나타나는 ‘골든 트라이앵글’ 현상이 아직까지는 뚜렷하다. 트라이앵글의 한 축은 아시아에 투자된 유럽계 자금이 본국으로 회수되고, 또 다른 축은 유럽에 투자했던 미국계 자금이 경제 여건이 좋은 본국으로 환류되고 있다. 남은 한 축은 미국계와 신흥국 자금이 신흥국으로 유입되는 흐름이다.

앞으로 국제 간 자금흐름에서 주목되는 것은 ‘골든 트라이앵글’ 현상이 글로벌 ‘쩐(錢)의 전쟁’으로 진전될 수 있느냐 여부다. 4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 선진국 자금은 높은 수익을 좇아 잉여자금은 펀드 형태로, 잉여자금이 없을 때는 캐리자금 형태로 신흥국에 유입됐다. 반면 신흥국 자금은 안정성을 중시해 선진국 자산에 투자됐다.

하지만 갈수록 심화되는 글로벌 불균형으로 선진국 자산의 안정성이 떨어지면서 위기 이전까지 유지됐던 국제 간 자금흐름 메커니즘이 흐트러지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한국 중국과 같은 선진 신흥국들이 선진국의 수익성 추구자금과 신흥국 안정성 추구자금의 공동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는 점이다.

올 들어 글로벌 유동성이 신흥국으로 빠르게 유입되고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가 일고 있는 것도 동일한 맥락이다. 국제 간 자금흐름이 ‘골든 트라이앵글’에서 ‘글로벌 쩐(錢)의 전쟁’으로 환원된다는 것은 어렵더라도 갈수록 위기가 꾸준히 개선돼 가고 있다는 증거다. 투자자들은 이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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