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이 나흘째 강보합 수준을 지켜냈다. 하지만 외국인이 복귀한 유가증권시장에 비해 수급 상황이 좋지 않은 데다 금융당국의 정치테마주 단속으로 주도주와 모멘텀이 부재한 ‘3무(無)장세’가 이어지면서 상승 탄력이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다. 개인들의 신용융자(외상거래) 잔액마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외상거래 사상 최대

3일 코스닥지수는 0.10%(0.51포인트) 오른 522.59로 장을 마쳤다. 이날 코스피지수가 외국인의 매도세 전환 등으로 0.60%(11.96포인트) 떨어진 1972.34에 마감한 것과 비교하면 비교적 선전했다. 코스닥지수는 지난달 31일부터 4일 연속 상승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 기간 상승률은 2.4%에 그쳤다. 올해 상승률도 4.48%로 코스피지수 상승률(8.02%)보다 낮다.

전문가들은 코스닥시장의 수급 주도주 모멘텀이 모두 꼬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올 들어 이날까지 코스닥시장에서는 712억원 순매도했다. 코스닥시장의 주역인 개인들은 신용융자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9월 1조1000억원 수준에 머물던 신용융자 잔액은 지난 1일 1조6762억원으로 불어났다.

그러다 보니 코스닥 거래대금도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유가증권시장의 60~70%까지 높아졌던 거래대금은 최근 30% 수준으로 낮아졌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정치테마주 단속으로 주도주가 사라졌다. 신약 개발 등의 재료도 뒷전으로 밀린 상태다.

장화탁 동부증권 주식전략팀장은 “수익률에서 소외된 개인들의 신용융자가 크게 늘었다”며 “당장 문제될 상황은 아니지만 장이 방향을 틀 경우 시장에 큰 충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주도주와 새 모멘텀 나타날까

지난해 코스닥시장은 바이오와 게임 엔터테인먼트 등 ‘ET’주가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했다. 지난해 말부터는 안철수연구소를 포함한 정치테마주들이 개인 투자자금을 빨아들이면서 ‘위태위태한’ 주도주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바이오 등 기존 주도주의 호재성 ‘약발’이 수명을 다한 데다 정치테마주들도 당국의 강한 단속 의지로 상승세가 꺾이면서 향후 장세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코스닥 중소형주들은 대형주에 비해 글로벌 경기 둔화로 악화됐던 실적 회복 속도도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 자칫하면 추가 조정의 타깃이 될 수도 있다.

이서구 가치투자자문 대표는 “현재 상황에서 바이오주 등을 대체할 주도주를 예상하기는 힘들다”며 “삼성전자 등 반도체 메이커들의 대규모 투자 확정으로 실적 호전 및 개선이 보장된 반도체 장비업체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