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기아차현대모비스 등 ‘자동차 빅3’의 랠리가 감속 구간에 들어섰다. 시장 기대치보다 낮았던 지난해 4분기 실적 탓에 증권사들은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목표주가를 줄줄이 하향 조정했다. 일시적 ‘성장통’이라는 견해가 많지만 수익성 자체의 불확실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올해 1분기 실적 개선 여부를 주목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증권사 목표주가 하향 행진
30일 현대차그룹주는 일제히 내림세로 마감했다. 현대차는 사흘 연속 2.26% 하락했고 기아차는 0.89% 내렸다. 현대모비스의 하락폭은 7.59%로 더 컸다. 현대하이스코(-3.11%)와 현대제철(-2.71%) 등 같은 계열 철강주들도 함께 내렸다.
고성장을 이끌던 기아차와 현대모비스가 실망스러운 실적을 보여준 탓이 컸다. 기아차의 지난해 4분기 매출(10조9600억원)과 영업이익(8258억원)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8.7%, 18.6% 늘었지만 기대치엔 못 미쳤다. 송상훈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매출은 예상보다 1조원 이상 낮았고 영업이익 역시 기존 추정치를 24.1% 밑돌았다”며 “판매관리비가 전분기보다 21% 급증한 게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신차 론칭을 위한 광고비 등 마케팅 비용이 늘어나면서 이익률을 끌어내렸다는 분석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이날 기아차의 주당순이익(EPS)을 6.5% 내리는 한편 목표주가를 10만원에서 9만4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대신증권은 8만5000원에서 8만원으로, 신영증권은 11만5000원에서 10만5000원으로 목표주가를 낮춰잡았다. 김병국 대신증권 연구원은 “판관비가 예상보다 늘어난 것은 중형차 판매 부문에서 현대차 이상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장기 포석”이라며 “하지만 이에 따른 실질적인 손익을 예단하기 쉽지 않은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과도하게 올라간 눈높이 탓?
현대모비스 실적에 대한 반응은 더욱 차가웠다. 2분기 연속 영업이익이 감소한 데다, 10%를 웃돌던 영업이익률이 8.3%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대신증권은 “그룹의 연구·개발 비용 부담이 집중되면서 이익 창출 능력이 둔화될 수 있다”며 목표주가를 40만원에서 37만원으로 낮췄다.
채희근 현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2분기 어닝서프라이즈 때문에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과도하게 올라간 면이 있다”며 “2분기 연속 실적 실망감을 주자 ‘안정적인 실적주’라는 투자자 믿음도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대차 역시 예상보다 낮았던 4분기 실적에 신중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1분기 어닝시즌 지켜봐야
중장기적으로는 매수 기회로 봐야 한다는 진단도 있다. 현대차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에 못 미친 것은 본업인 자동차 판매 부진이 아닌 금융 부문의 실적 악화가 주된 원인이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국제회계기준(IFRS)을 적용하면서 계열 금융사인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의 실적이 현대차의 연결 기준 실적에 포함됐다”며 “금융 부문의 대손충당금과 마케팅 비용이 늘었을 뿐 자동차 판매는 증가세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기아차는 올해 대형차 K9과 준중형차 K3 등 신차가 출시돼 판매 대수가 증가할 전망이다. 조수홍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신흥국 통화가 다시 강세로 돌아서고 있어 해외법인의 실적도 점차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