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에게 겨울은 위협적인 계절이다. 잦은 폭설과 한파로 도로가 늘 빙판길인 탓이다. 눈이 쌓이거나 꽁꽁 얼어붙은 도로에서 운전을 하면 핸들 조작과 브레이크 기능이 떨어지면서 정지거리가 평소보다 최소 3배 이상 늘어나 위험천만한 상황이 종종 벌어지곤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안전장치로 알려진 ‘미끄럼 방지 제동장치(ABS·anti-lock brake system)’를 장착했다 하더라도 주의해야 한다. 미끄럼을 방지하기 위해 자동으로 잠김과 해제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정지거리가 오히려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눈이 온 뒤 제설작업을 마친 도로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의 노면 상태에 따른 정지거리 실험 결과를 보면 2000cc 중형차의 경우 눈길에서 정지거리는 37.5m로 건조한 아스팔트에서의 정지거리(12.6m)보다 2.97배 정도 길었다. 염화칼슘으로 제설작업을 하면 정지거리는 19.9m로 줄어들었지만 건조한 노면보다는 정지거리가 1.57배 길었다. 모래로 제설작업한 도로는 정지거리가 28.1m까지 늘어났다.

염화칼슘과 같은 제설제를 사용해도 정지거리가 크게 줄지 않는 것은 눈과 얼음을 제거해도 노면이 항상 젖어 있어 빗길처럼 타이어와 노면의 마찰계수가 낮아져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제설작업을 하면 운전자가 도로가 미끄럽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급제동이나 앞지르기 등을 무심코 하기 때문에 더 위험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따라서 운전자들은 제설작업을 한 도로라 하더라도 적정한 안전거리를 운행속도와 노면 상태, 타이어 등 차량 상태에 따라 탄력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차량과 차량 간 적정 안전거리는 마른 노면이라면 속도를 초속으로 환산해 최소 2초 동안의 주행거리와 해당 속도에서 급정지를 가정한 정지거리를 합산한 정도를 권장한다.

예를 들어 2000cc 중형차가 시속 40~50㎞의 속도로 운행하면 마른 노면에서는 46~54m의 안전거리가 적당하지만 젖은 노면에서는 60~69m를 유지해야 한다. 또 모래 노면에서는 안전거리를 76~86m, 눈길에서는 94~105m까지 늘려야 한다. 운전자들은 이 거리가 너무 길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눈길이나 빙판길에서 운전하다 앞 자동차에서 갑자기 떨어진 화물을 인식하고 정지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절대 긴 거리가 아니다.

교통사고의 40%는 후방추돌 사고다. 겨울철 앞 차와의 충분한 안전거리 확보가 더 중요해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