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현실 정치서 손 떼나 … 재단 설립에 전념?
미국을 방문하고 귀국한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사진)의 행보가 정치권의 주목을 끌고 있다.

안철수 원장은 21일 미국 방문을 마치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하는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정치참여 가능성을 부인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미국에서 보니 민주당도 전당대회 잘 치르고 한나라당도 강한 개혁 의지를 가진 것 같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대가 많다" 며 "(여야가) 소임을 다하면 저 같은 사람까지 정치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가 2월까지 기부재단 설립의 청사진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만큼 당분간 재단 설립에 전념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안 원장의 재단 설립 준비는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안 원장은 재단의 형태와 구성 방향 등을 최종 검토 중이며, 구체적인 인선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은 안 원장의 이런 발언을 정치에서 거리를 두겠다는 뜻으로 보고 있다.

안 원장이 정치 참여 여부에 대해 한 발 물러서는 자세를 취한 데는 ‘야권후보 출마설’, ‘대권수업설’ 등 여론의 과도한 관심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4월 총선에서 ‘안철수 역할론’이 부각된다는 우려에서다.

실제로 야권에서는 안원장에게 지원 사격을 요구하며 수차례 러브콜을 보냈다. 4월 총선에서 안 원장을 등에 업으려는 움직임도 끊이지 않고 있다.

안 원장의 이 같은 ‘선 긋기’에도 불구하고 12월 대선출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안 원장이 대선 출마에 대해 정치적 입장을 명확히 밝힌 적은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4월 총선을 안 원장의 정치 참여 여부를 가릴 중요한 분기점으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쇄신에 성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부산에서 당선되고, 민주당이 부산·경남(PK) 지역에서 20석 이상을 확보할 경우 부산 출신인 안 원장의 입지는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는 분석이다.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이 부진할 경우 안 원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안 원장이 이번 총선에서 정치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안풍(安風)’의 시작이 그랬듯 특정 세력에 대한 지지나 비판보다는 새로운 정치변화를 내세워 정치권의 새 바람을 이어갈 것이란 의미다. 이럴 경우 야권 대선구도는 자연스레 안 원장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 안팎의 분석을 두고 안 원장의 한 측근은 "재단이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내고 안정적으로 운영된 이후에야 향후 행보를 고민할 것"이라며 섣부른 판단을 경계했다.

한경닷컴 박은아 기자 sno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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