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美경제 '잃어버린 AAA' 회복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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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일자리 창출 올인…'볼커룰' 등 규제정책 주목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글로벌 증시에서는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4년 만에 미국 경제가 최대 관심사로 부각됐다. 앞으로 글로벌 증시가 어떻게 될 것인가는 ‘3대 구조전환(triple paradigm shift)’이 제대로 이행되는지를 현 시점에서 점검해 봐야 한다.
만약 이 구조 전환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때는 국가가 계속 위기 극복과 경기 부양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위기 재귀(再歸)론에 대한 우려가 재차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구조전환이 제대로 되면 경기가 회복되고 재정수입이 증가해 애프터 쇼크가 발생할 가능성은 급격히 줄고 금융위기가 끝날 수 있다.
민간이 자발적인 성장 단계로 넘어오기 위해서는 고용 창출이 가장 중요하다. 총수요 항목별 소득기여도에서 선진국은 70%, 개도국은 60% 정도를 소비가 차지하고 있다. 갈수록 각국의 부가가치가 증강현실산업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고용 창출에는 한계가 있다. 앞으로도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은 이 이유에서다.
이런 점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작년 8월 부채협상을 받아들인 것은 1930년대 에클스 실수, 1980년대 초 볼커 실수에 이어 ‘3차 대실수(Obama’s failure)’로 판명될 가능성이 높았었다. 부채협상은 집권 민주당 입지를 강화시킬 수 있는 ‘재정적자의 화폐화’보다 공화당 입지가 강화될 수 있는 ‘재정적자의 악순환’을 선택한 것은 성급한 출구전략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작년 9월 오바마 정부의 부양책에서 눈에 띄었던 것은 단순히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게 아니라 청년층을 위주로 일자리 창출에 우선순위를 뒀다는 점이다. 더 이상 고용이 종속변수가 아니라 독립변수화하는 추세를 고려한 정책이다. ‘오바마 대실수’가 판명되기에 앞서 정책 방향을 수정, 오히려 이제는 미 경기의 회복세를 이끌고 있다.
또 하나 미 경제 향방과 관련해 주목되는 분야는 작년 8월 국가신용등급 강등 조치를 계기로 가장 많은 변화가 일고 있는 국제통화질서다. 신용등급이 떨어질 당시 대부분의 예측기관은 2차대전 이후 지속돼온 달러 중심의 브레턴우즈 체제가 예상보다 앞당겨 붕괴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위기 이후 중심통화로 달러 위상이 흔들리는 것은 크게 보면 두 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우선 당사국 요인으로는 미 경기 회복세가 위기 이전에 비해 여전히 미약하고,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같은 구조적 문제점으로 달러에 대한 신뢰가 예전만 못하다. 이 때문에 일종의 금융위기 후유증에 따른 ‘낙인효과(stigma effect)’가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금융위기 이후 달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계기로 현 국제통화제도가 안고 있던 △중심통화의 유동성과 신뢰성 간 트리핀 딜레마(Triffin’s dilemma) △중심통화국의 과도한 특권 △글로벌 불균형 조정메커니즘 부재 △과다 외환보유에 따른 부담 문제가 노출되면서 탈(脫)달러화 조짐이 빨라지는 추세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조치와 유럽 재정위기가 리먼 사태처럼 금융위기로 확대될 것인가 하는 점도 올해 국제금융시장의 최대 관심사다. 이론적으로 요즘과 같은 상황이 ‘위기 확산형’으로 악화될 것인가, 아니면 ‘위기 축소형’으로 수렴될 것인지는 두 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레버리지 비율(증거금 대비 총투자금액)이 얼마나 높으냐와 투자분포도가 얼마나 넓으냐 하는 글로벌 정도다.
두 지표가 높으면 높을수록 위기 확산형으로 악화되고, 디레버리지 대상국에서는 위기발생국보다 더 큰 ‘나비효과(butterfly effect)’가 발생한다. 2008년 당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금융위기로 악화된 것은 위기 주범이었던 미국 금융회사들의 이 두 지표가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볼커룰(Volker's rule)’로 상징되는 위기재발 방지 노력으로 미 금융사들의 두 지표는 개선됐다.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투자 성향을 유지해온 유럽 금융회사들도 두 지표가 낮아 올해 남은 기간에도 선진국 문제가 신흥국에 더 충격을 주는 ‘나비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달러화 위상이 추락해 미 경제가 붕괴될 가능성이 적어졌다는 의미다.
더욱이 작년 11월 이후 미 경제가 ‘트라이펙터(trifecta)’에서 벗어날 조짐이 뚜렷하다. 트라이펙터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경기선행과 동행, 후행지표가 동시에 개선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정국에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면 경기회복세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상당기간 지속되는 것이 종전의 경험이다.
증시 입장에서도 미국 경제가 트라이펙터에서 벗어난다면 커다란 의미가 있다. 올해 증시가 어느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가는 경기와 자금, 투자성향 면에서 세 가지 ‘패러다임 시프트’, 즉 구조 변화가 제대로 이행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월가가 보는 점을 뒷받침해 주기 때문이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만약 이 구조 전환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때는 국가가 계속 위기 극복과 경기 부양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위기 재귀(再歸)론에 대한 우려가 재차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구조전환이 제대로 되면 경기가 회복되고 재정수입이 증가해 애프터 쇼크가 발생할 가능성은 급격히 줄고 금융위기가 끝날 수 있다.
민간이 자발적인 성장 단계로 넘어오기 위해서는 고용 창출이 가장 중요하다. 총수요 항목별 소득기여도에서 선진국은 70%, 개도국은 60% 정도를 소비가 차지하고 있다. 갈수록 각국의 부가가치가 증강현실산업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고용 창출에는 한계가 있다. 앞으로도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은 이 이유에서다.
이런 점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작년 8월 부채협상을 받아들인 것은 1930년대 에클스 실수, 1980년대 초 볼커 실수에 이어 ‘3차 대실수(Obama’s failure)’로 판명될 가능성이 높았었다. 부채협상은 집권 민주당 입지를 강화시킬 수 있는 ‘재정적자의 화폐화’보다 공화당 입지가 강화될 수 있는 ‘재정적자의 악순환’을 선택한 것은 성급한 출구전략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작년 9월 오바마 정부의 부양책에서 눈에 띄었던 것은 단순히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게 아니라 청년층을 위주로 일자리 창출에 우선순위를 뒀다는 점이다. 더 이상 고용이 종속변수가 아니라 독립변수화하는 추세를 고려한 정책이다. ‘오바마 대실수’가 판명되기에 앞서 정책 방향을 수정, 오히려 이제는 미 경기의 회복세를 이끌고 있다.
또 하나 미 경제 향방과 관련해 주목되는 분야는 작년 8월 국가신용등급 강등 조치를 계기로 가장 많은 변화가 일고 있는 국제통화질서다. 신용등급이 떨어질 당시 대부분의 예측기관은 2차대전 이후 지속돼온 달러 중심의 브레턴우즈 체제가 예상보다 앞당겨 붕괴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위기 이후 중심통화로 달러 위상이 흔들리는 것은 크게 보면 두 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우선 당사국 요인으로는 미 경기 회복세가 위기 이전에 비해 여전히 미약하고,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같은 구조적 문제점으로 달러에 대한 신뢰가 예전만 못하다. 이 때문에 일종의 금융위기 후유증에 따른 ‘낙인효과(stigma effect)’가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금융위기 이후 달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계기로 현 국제통화제도가 안고 있던 △중심통화의 유동성과 신뢰성 간 트리핀 딜레마(Triffin’s dilemma) △중심통화국의 과도한 특권 △글로벌 불균형 조정메커니즘 부재 △과다 외환보유에 따른 부담 문제가 노출되면서 탈(脫)달러화 조짐이 빨라지는 추세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조치와 유럽 재정위기가 리먼 사태처럼 금융위기로 확대될 것인가 하는 점도 올해 국제금융시장의 최대 관심사다. 이론적으로 요즘과 같은 상황이 ‘위기 확산형’으로 악화될 것인가, 아니면 ‘위기 축소형’으로 수렴될 것인지는 두 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레버리지 비율(증거금 대비 총투자금액)이 얼마나 높으냐와 투자분포도가 얼마나 넓으냐 하는 글로벌 정도다.
두 지표가 높으면 높을수록 위기 확산형으로 악화되고, 디레버리지 대상국에서는 위기발생국보다 더 큰 ‘나비효과(butterfly effect)’가 발생한다. 2008년 당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금융위기로 악화된 것은 위기 주범이었던 미국 금융회사들의 이 두 지표가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볼커룰(Volker's rule)’로 상징되는 위기재발 방지 노력으로 미 금융사들의 두 지표는 개선됐다.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투자 성향을 유지해온 유럽 금융회사들도 두 지표가 낮아 올해 남은 기간에도 선진국 문제가 신흥국에 더 충격을 주는 ‘나비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달러화 위상이 추락해 미 경제가 붕괴될 가능성이 적어졌다는 의미다.
더욱이 작년 11월 이후 미 경제가 ‘트라이펙터(trifecta)’에서 벗어날 조짐이 뚜렷하다. 트라이펙터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경기선행과 동행, 후행지표가 동시에 개선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정국에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면 경기회복세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상당기간 지속되는 것이 종전의 경험이다.
증시 입장에서도 미국 경제가 트라이펙터에서 벗어난다면 커다란 의미가 있다. 올해 증시가 어느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가는 경기와 자금, 투자성향 면에서 세 가지 ‘패러다임 시프트’, 즉 구조 변화가 제대로 이행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월가가 보는 점을 뒷받침해 주기 때문이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