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된 글 읽는 것이 최고의 영어 학습법"
“언어를 배우는 방식은 저절로 익혀지는 ‘습득’과 문법이나 어휘를 암기하는 ‘학습’으로 나뉩니다. 학습은 어렵지만 습득은 쉽고 기억에 오래 남죠.”

스티븐 크래션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석좌교수(70·사진)는 지난 1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영어로 된 글을 읽는 것이 최고의 영어 학습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 UCLA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은 크래션 교수는 USC에서 석좌교수로 일하며 다양한 인종이 섞여있는 캘리포니아에서 영어를 제2의 언어로 배우는 사람들을 위한 교습법을 연구·전파하고 있다. 300건 이상의 언어학 관련 논문과 책을 냈으며 언어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밀든버거상, 핌슬러상 등을 받았다. 박경실 한국외국어교육협의회(KAFLA) 회장 초청으로 ‘올바른 영어교육의 방향 포럼’에 참가하기 위해 방한했다.

크래션 교수는 “영어 학습 효율성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점은 학습자 자신이 영어를 공부하고 있다는 것을 잊는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음 페이지가 궁금해서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책에 빠져들 때나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가 너무 즐거울 때가 언어를 습득하는 순간”이라며 “배우는 사람이 긴장과 스트레스가 없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크래션 교수는 이런 이론에 근거해 최고의 학습법으로 ‘영어 독서’를 꼽는다. 재미있는 책을 읽을 때는 ‘영어를 배운다’는 스트레스 없이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30년간 이뤄진 어떤 연구를 보더라도 자발적인 독서만큼 외국어 실력을 향상시킨 학습법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런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독서는 ‘강제적인 학습’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무리 영어 지문을 많이 접해도 내용에 흥미가 없다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만화책이든, 통속 소설이든 재미있게 느끼는 책이라면 마음껏 읽는 게 영어를 배우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외국어를 배우기에 적당한 시기로 자발적으로 책을 읽을 수 있는 9세 이상으로 제시했다. 크래션 교수는 “혼자 책을 읽을 정도로 세상 일에 어느 정도 흥미가 있어야 새로운 언어를 효과적으로 습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