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비대위원장이 된 박 위원장이 패션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회색, 카키, 와인, 네이비 등 원색보다는 톤다운된 강한 색상을 주로 선택한다. 정장은 한 세트로 된 바지를 즐겨 입는다.
비대위원장직 수락 이후 치마는 한 번도 입지 않았다. 소녀 같은 모습을 강조하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딱 달라붙는 바지 대신 통이 넉넉한 디자인을 고른다. 활동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작고 여린 체구를 보완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차이나칼라, 목티 등으로 변화를 준다.
‘돌려입기’가 많아진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박 위원장은 “집에 갖고 있는 옷들을 번갈아가며 직접 골라서 입는다”고 했다. 바지정장 특유의 딱딱한 느낌을 희석시키기 위해 액세서리를 착용한다. 주로 브로치를 즐겨 단다. 앤티크한 느낌의 수공예 브로치를 상의의 높은 곳에 꽂아 시선을 분산시키는 효과를 노린다. 핸드백은 옷 색깔과 맞추되 국산 제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위원장은 지난 12일 비대위 회의장에 통 넓은 갈색 바지정장에 겨자색 목티를 받쳐입고 나타났다. 이른바 ‘전투복’이라고 불리는 패션이다. 그가 한나라당 내 ‘보수’ 삭제 논쟁을 정리했던 날이었다. 모두발언에서 ‘벼랑끝 한나라당’이란 표현을 세 번이나 썼다. 목소리는 평소와 달리 높았다. 이를 지켜본 한 당직자는 “박 위원장이 정국의 고비나 중요한 기자회견 때마다 입는 옷차림”이라며 “본인의 의지가 결연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레이드마크 격인 ‘올림머리’는 고수하고 있다. 포멀한 정장패션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고전적인 헤어스타일이다. 색조화장은 거의 생략해 깔끔한 이미지를 강조한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단정하게 뒤로 틀어올려 모친인 고(故) 육영수 여사를 떠올리게 하는 머리모양”이라면서 “옷은 세련되게 입어 젊은층을 공략하고, 헤어스타일로는 중장년층 이상의 향수를 자극해 고루 표심을 잡겠다는 치밀하게 계산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