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우산 어린이재단(회장 이제훈)이 지난 해 아동폭력예방교육을 실시한 5개 초등학교 4학년~6학년 학생 1,377명을 대상으로 학교폭력실태를 조사(2011. 9. 1 ~ 2011. 12. 31)한 결과 초등학생 간 학교폭력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많은 학생들이 도움을 요청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단의 학교폭력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학생 중 25%가 초등학교 입학 후 학교폭력을 당했고 피해 유형으로는 ‘나와 내 친구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나 기분 나쁜 말로 괴롭힘’, ‘때리거나 밀면서 나를 괴롭힘’, ‘욕을 하며 놀림’이 각각 20%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나의 몸에 대해 불쾌한 말이나 행동(성적 놀림)’을 당한 학생이 9%, ‘내 돈이나 물건을 빼앗으면서 괴롭힘’을 당한 학생도 5%로 나타났다.
학교 폭력이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에 대해 묻는 질문에는 ‘가끔(42%)’, ‘자주(18%)’, ‘항상(6%)’이라고 응답한 학생이 응답자 중 66%에 달했고 전혀 없다(10%)거나 거의 없다(24%)고 대답한 학생은 34%에 불과했다. 반면 폭력을 당한 후 도움을 요청한 학생이 53%, 요청하지 않은 학생은 47%로 절반에 가까운 학생이 폭력을 당하고도 침묵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이유는 ‘일이 커질 것 같아서(28%)’, ‘이야기해도 소용없을 것 같아서(19%)’, ‘대단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16%)’, ‘보복 당할 것 같아서(11%)’, ‘알려지는 것이 창피해서(7%)’, ‘야단맞을 것 같아서(4%)’ 순으로 나타났다.
도움을 요청한 학생의 경우 45%는 부모에게, 28%는 학교 선생님, 21%는 친구에게 알려 도움을 요청했다고 응답했으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신고하여 도움을 요청한 경우는 응답자 240명 중 단 1명에 불과했으며, 학교폭력전문기관이나 청소년 상담실에 상담하여 도움을 요청한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폭력을 가하는 이유는 ‘장난으로(32%), ’상대 학생이 잘못해서(21%), ‘오해와 갈등 때문에(13%)’, 순으로 나타났고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대답한 학생도 6%로 나타났다. 가해 시 느끼는 기분은 ‘괴롭힌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듦(55%)’, ‘아무 느낌 없음(14%)’, ‘꾸중을 들을까봐 겁이 남(14%)’ 순이었고 ‘기분이 좋음’도 10%에 달했다.
학교폭력이 일어나는 장소에 대한 질문에 학생들은 등·하굣길(19%), 구석진 곳(19%), 교실(18%), 복도(15%), 운동장(3%) 순으로 답변했다. 반면 교사와 부모를 대상으로 같은 질문을 한 결과 교사는 교실(27%), 운동장(20%), 등·하굣길(16%), 구석진 곳(12%), 부모는 교실(31%), 운동장(26%), 구석진 곳(11%), 등·하굣길(8%) 순으로 대답했다. 교사와 부모는 교실과 운동장에서 학교 폭력이 많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 학생들은 등·하굣길과 구석진 곳에서 학교 폭력이 일어난다고 대답해 인식의 차이를 드러냈다.
최근 오랜 시간 학교폭력을 당하면서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 학생과 학급 내 따돌림 문제를 제보한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며 학교 폭력 문제를 좀 더 일찍 이야기했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거라고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학생들은 도움을 요청해봤자 일이 더 커지거나 이야기해도 소용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선뜻 말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와 상담실에 도움을 요청한 학생이 0%로 나타나는 등 관련 기구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학교 폭력으로 인한 피해를 당했거나 목격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교육하고 해당 학생들이 마음 놓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재단은 학교폭력 예방의 삼각구조를 ‘학교 규칙’, ‘어른 개입’, ‘아동기술발달’로 정의하고 아동과 학교, 부모를 대상으로 한 통합적 예방교육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CAP(Child Assault Prevention: 아동폭력예방)과 No-Bullying(학교폭력예방)이 그것으로 아동에게는 안전하고 씩씩하고 자유로울 권리를 인식하고 위험한 상황에 대처하는 예방법을 익힘으로써 스스로 힘을 키우게 하고 교사와 부모에게는 학교규칙 제정, 어른의 개입방법 등을 교육한다.
특히 강의식 교육이 아닌 역할극을 통해 또래 괴롭힘, 낯선 사람의 폭력에 대처하는 방법을 익히고 신뢰할 수 있는 어른에게 이야기하는 과정 까지 교육함으로써 아동이 괴롭힘을 당하는 것이 숨기거나 창피해할 일이 아니라 반드시 말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인식시키는 등 문제해결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주력한다. 교사와 부모에게는 어른이 개입하는 방법, 아동폭력예방법 등을 교육하고 지역사회 내 자원 등을 소개한다. 이와 같은 통합교육을 통해 아동은 폭력에 대해 올바르게 인식하고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고 어른에게는 폭력 문제에 효과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안내한다.
한경닷컴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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