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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금자리에 밀려나는 영세기업, 설 앞두고 '한숨'

김낙훈의 현장 속으로 - 시흥·광명 공장 3400곳 "갈 곳이 없다"

대부분 미등록 공장…만사 제쳐놓고 대책회의
분양가 비싸 이전 힘들어…종업원 이탈땐 문닫을 판
경기도 시흥시 무지내동의 한 사무실. 설날을 앞둔 지난 16일 이 지역 기업인 수십명이 속속 들어섰다. 이들은 명절맞이 윷놀이를 하러 모인게 아니다. 비상대책회의를 여는 것이다.

설을 앞두고 거래업체에 대한 자금결제, 종업원 임금지급, 납품 등으로 누구보다 바쁜 기업인들이 만사를 제쳐놓고 모인 건 상황이 다급하기 때문이다. 이곳은 보금자리광명·시흥지구 기업이주보상대책위원회 사무실. 방안 곳곳에는 플래카드와 현수막이 걸려 있다. ‘미리미리 준비하자. 방심하면 갈곳 없다’ ‘우리는 해낸다. 싼 땅으로의 이주를’ ‘피로 일군 우리 기업. 수평이동 보장하라’ 등등.

중소기업인들이 이곳을 찾은 이유는 간단하다. 보금자리를 빼앗길 처지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대책위 소속 기업은 400여개. 이대영 위원장(국제철강 대표)을 비롯 김익수 상임고문(따따시온돌 대표) 진명규 수석부위원장(JT테크 대표) 김진원 제조분과대표위원(정진산업 대표) 등은 1주일에 두세 번씩 모여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최근 한 달여 동안 국토해양부 경기도청 시흥시청 광명시청 등을 방문해 항의성 민원을 넣었다. 이같이 본업을 제쳐둔 채 관청을 찾아 다니는 건 3중고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보금자리가 들어서면 미등록공장은 갈 곳이 없다. 이 지역 미등록공장은 정부가 파악한 것만 934개. 하지만 김익수 상임고문은 “대책위에서 조사한 것은 이보다 2배 이상 많은 2300여개에 이르고 비닐하우스에서 제조업을 하는 영세기업을 합칠 경우 3400여개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보금자리주택 건설과 동시에 쫓겨날 처지에 놓여 있다. 보금자리주택사업에 따른 기업 대책은 주로 등록공장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지역 등록공장 숫자는 미등록공장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둘째 설사 미등록공장들에 보금자리 공업지역 입주가 허용돼도 분양가가 비싸면 미등록공장엔 ‘그림의 떡’이기 때문이다. 김진원 정진산업 대표는 “정부 일각에서 미등록공장 대책을 검토한다는 설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비싼 보금자리 내 공업지역으로는 아무도 들어갈 능력이 없다”고 했다. 그는 “보금자리 내 공업지역의 경우 평당 분양가가 600만~700만원 선으로 예상되는데 보상가는 공시지가에서 약간 더 얹어주는 수준이 될게 뻔하다”며 “그런 상황에선 어떤 업체도 이곳에 입주할 수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셋째 종업원들의 동요다. 이 지역 근로자들은 10~30년 경력의 숙련공이 많다. 혹시 직장이 없어질까봐 설 명절을 전후해 다른 직장을 알아보는 직원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회사 대표들은 걱정하고 있다. 진명규 JT테크 대표는 “광명·시흥보금자리지구의 기업들은 평균 5명만 종사한다고 봐도 1만5000~1만7000명(정부 조사로는 약 9800명)에 이르는데 이 중 1000명 이상이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세기업들의 경우 당장 한두명이 아쉬운 판에 종업원 이탈이 시작되면 경영에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이들은 설 기간에 준비작업을 거쳐 2월 중 시흥시청 광명시청 LH광명사업단 등에서 수백명이 참가하는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를 위해 머리띠 꽹과리 현수막 피켓 등을 준비하고 있다. 김익수 상임고문은 “업체들의 요구는 제조업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뿐”이라며 “보금자리 인근에 저렴한 가격으로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록 미등록공장들이지만 이들도 세금을 꼬박꼬박 내고 고용을 창출하며 수출을 해온 제조업체”라며 “이들이 일을 할 수 있게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광명·시흥보금자리 사업은 광명과 시흥 일대 1736만㎡(약 525만평)에 9만5000가구의 주택을 공급하는 프로젝트로 분당급 신도시와 맞먹는 규모다.

김낙훈 중기전문기자 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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