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그렇게 맞고 살아라"…막말 뱉는 '나쁜 판사'들
A판사는 재판 도중 “20년 동안 맞고 살았으니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라”는 ‘막말’을 했다. A판사의 반말 섞인 호통을 들은 재판 당사자는 이혼소송 중이었다. 또 다른 형사재판에서 B판사는 피고인과 변호사가 최후진술을 할 때 판사석 의자를 돌려 뒤편 벽을 보고 앉아 있었다. 최후진술은 피고인에게는 마지막으로 법원에 호소할 수 있는 기회다. 이때 판사가 피고인을 쳐다보지도 않자 피고인과 변호사는 당황했다고 한다.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오욱환)가 17일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연 ‘2011년 법관 평가’ 발표회에서 공개된 판사의 부적절한 행동 사례다. 서울변회가 변호사 395명에게 2516건의 평가를 받아 판사 161명(변호사 5인 이상의 평가를 받은 경우)의 재판진행에 점수를 매긴 결과 최하위 평가자들(9명)의 평균 점수는 100점 만점에 38.1점에 불과했다. 최저점으로 23.3점을 받은 판사도 있었다.

전체 평균은 73.9점으로 지난해 같은 평가의 평균 76.4점보다 오히려 떨어졌다. 일부 판사들이 ‘막말’ 수준으로 사회적 관심사에 여과 없는 의견을 개진하면서 논쟁의 중심에 서기도 하는 사이 변호사들이 평가하는 판사들의 역량과 인품은 퇴보한 것이다.

서울변회가 취합한 ‘나쁜 판사’ 사례의 대다수는 막말 문제였다. 첫 기일에 증거신청을 한 변호사에게 “내가 참고 있는데, 뭐 하는 거냐”고 짜증을 낸 경우, 사건 당사자에게 “당신이 알지, 내가 알아!”라고 큰 소리를 친 사례, 변호사가 법대(판사가 착석한 곳) 앞으로 나가 재판 상황을 확인하려 하자 “감히 변호사가 법대 앞에 오느냐”고 훈계한 경우, 조정에서 참고인에게 “당신이 사기꾼”이라고 말해 참고인이 조정실에서 뛰쳐나간 사례 등이 공개됐다.

사건 당사자로 법정에 나온 모 금융회사 측에 “저도 여기서 돈을 좀 빌리고 있습니다. 지점장은 안녕하시지요?”라고 말을 건네 상대방이 공정성을 의심한 경우도 있었다. 또 조정을 강요하는 판사, 항소이유서 제출 후 1년 후에야 변론기일을 잡은 무성의한 판사, 판결 연기 사실을 미리 알려주지 않은 판사 등의 사례도 서울변회에 접수됐다. 서울변회는 해당 판사의 명예 등을 이유로 지금까지 하위 법관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앞으로는 공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김득환 서울변회 법제이사는 “4년 연속, 2년 연속 하위평가 법관으로 꼽힌 사례도 있다”며 “하위평가 법관 문제 등을 보완해 앞으로 명단을 공개하는 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