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7일 선임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외부 영입 인사 6명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이준석(27) 클라세스튜디오 대표다. 아직 얼굴에 여드름 자국이 남아 있는 하버드대 출신 벤처기업가는 ‘들러리’라는 세간의 평가를 일축하며 연일 거침없는 행보를 선보이고 있다.

일반인에게 그는 생소한 얼굴이다. 이번 인사가 파격으로 불리는 이유다. 그가 대표로 있는 클라세스튜디오는 지난해 8월 설립된 교육 콘텐츠 전문 기업이다. 자본금 1억2000만 원으로 ‘카페이그젬’, ‘테스트바다’, ‘매쓰블루’ 등 3개 서비스를 주력으로 내걸고 있다. 이것만 보면 갓 창업한 평범한 벤처기업가 중 한 명일 뿐이다.
이 대표 아버지, 유 의원과 경북고·서울대 동기

그가 주목받은 것은 2007년 하버드대에서 돌아와 설립한 무료 과외 봉사 단체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배나사)’ 때문이다. 이 대표가 모교인 서울과학고 동문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우리가 받은 만큼 돌려주자”며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수학·과학을 가르쳐 주는 자원봉사 모임을 제안하면서 탄생했다. 2008년 1월 용산구청의 도움을 받아 첫 수업을 시작한 지 4년 만에 전국 8개 교육장에서 대학생 교사 350명이 250명의 저소득층 학생을 가르치는 규모로 성장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자체 교재 개발, 문제 데이터베이스 구축, 적극적인 후원 유치 등 남다른 ‘경영 수완’을 발휘했다.

배나사의 존재는 일찍부터 정치권의 관심을 끌었다. 2010년 크리스마스에 임태희 당시 대통령실장이 배나사교육장을 깜짝 방문했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역시 작년 9월 교육장을 찾아 의견을 들었다.

하지만 이 대표를 먼저 중용한 것은 박근혜 위원장이다. 2011년 11월 배나사 교육장을 방문해 이 대표를 눈여겨본 박 위원장은 한 달 뒤 전화를 걸어 비대위 참여를 직접 설득했다. 흥미로운 것은 박 위원장과의 또 다른 연결고리다. 이 대표의 아버지 이수월(54) 씨는 굿모닝신한증권 강남 지점장과 국제영업부장을 거친 금융인으로 지금은 퇴직해 하이드로젠파워의 법정 관리인으로 있다. 이 씨는 박 위원장의 브레인으로 꼽히는 유승민 의원, ‘친박’ 주성영 의원과 경북고 동기(1976년 졸업)다. 특히 유 의원과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함께 다니기도 했다. 유 의원은 “부친과 친구인 것은 맞지만 대학 1학년 때 의원실 인턴으로 만난 이후로는 이 대표를 본 적이 없다”며 “이번 비대위 인선에 전혀 개입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 아버지는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사실상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은 이상 ‘검증’은 불가피하다. 강용석 무소속 의원이 이 대표의 산업기능요원 복무에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서울과학고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 진학한 이 대표는 2주 만에 포기하고 하버드대로 유학을 떠났다. 그 후 2007년 귀국해 그해 11월부터 2010년 9월까지 넥슨 손자회사인 이노티브에서 산업기능요원으로 군복무를 마쳤다. 문제는 이 기간이 배나사 활동 기간과 겹친다는 것이다.
이 대표의 잘 짜인 ‘스펙’은 그가 강력한 대선 주자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겨냥한 박 위원장 측의 ‘히든카드’라는 것을 보여준다. 비범한 수재로 평탄한 길을 걸어온 이 대표가 20~30대의 성난 민심을 얼마나 담아낼 수 있느냐에 그의 미래는 물론 박 위원장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국경제매거진 한경BUSINESS 840호 제공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