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에게 그는 생소한 얼굴이다. 이번 인사가 파격으로 불리는 이유다. 그가 대표로 있는 클라세스튜디오는 지난해 8월 설립된 교육 콘텐츠 전문 기업이다. 자본금 1억2000만 원으로 ‘카페이그젬’, ‘테스트바다’, ‘매쓰블루’ 등 3개 서비스를 주력으로 내걸고 있다. 이것만 보면 갓 창업한 평범한 벤처기업가 중 한 명일 뿐이다. 이 대표 아버지, 유 의원과 경북고·서울대 동기
그가 주목받은 것은 2007년 하버드대에서 돌아와 설립한 무료 과외 봉사 단체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배나사)’ 때문이다. 이 대표가 모교인 서울과학고 동문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우리가 받은 만큼 돌려주자”며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수학·과학을 가르쳐 주는 자원봉사 모임을 제안하면서 탄생했다. 2008년 1월 용산구청의 도움을 받아 첫 수업을 시작한 지 4년 만에 전국 8개 교육장에서 대학생 교사 350명이 250명의 저소득층 학생을 가르치는 규모로 성장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자체 교재 개발, 문제 데이터베이스 구축, 적극적인 후원 유치 등 남다른 ‘경영 수완’을 발휘했다.
배나사의 존재는 일찍부터 정치권의 관심을 끌었다. 2010년 크리스마스에 임태희 당시 대통령실장이 배나사교육장을 깜짝 방문했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역시 작년 9월 교육장을 찾아 의견을 들었다.
하지만 이 대표를 먼저 중용한 것은 박근혜 위원장이다. 2011년 11월 배나사 교육장을 방문해 이 대표를 눈여겨본 박 위원장은 한 달 뒤 전화를 걸어 비대위 참여를 직접 설득했다. 흥미로운 것은 박 위원장과의 또 다른 연결고리다. 이 대표의 아버지 이수월(54) 씨는 굿모닝신한증권 강남 지점장과 국제영업부장을 거친 금융인으로 지금은 퇴직해 하이드로젠파워의 법정 관리인으로 있다. 이 씨는 박 위원장의 브레인으로 꼽히는 유승민 의원, ‘친박’ 주성영 의원과 경북고 동기(1976년 졸업)다. 특히 유 의원과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함께 다니기도 했다. 유 의원은 “부친과 친구인 것은 맞지만 대학 1학년 때 의원실 인턴으로 만난 이후로는 이 대표를 본 적이 없다”며 “이번 비대위 인선에 전혀 개입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 아버지는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사실상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은 이상 ‘검증’은 불가피하다. 강용석 무소속 의원이 이 대표의 산업기능요원 복무에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서울과학고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 진학한 이 대표는 2주 만에 포기하고 하버드대로 유학을 떠났다. 그 후 2007년 귀국해 그해 11월부터 2010년 9월까지 넥슨 손자회사인 이노티브에서 산업기능요원으로 군복무를 마쳤다. 문제는 이 기간이 배나사 활동 기간과 겹친다는 것이다.
이 대표의 잘 짜인 ‘스펙’은 그가 강력한 대선 주자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겨냥한 박 위원장 측의 ‘히든카드’라는 것을 보여준다. 비범한 수재로 평탄한 길을 걸어온 이 대표가 20~30대의 성난 민심을 얼마나 담아낼 수 있느냐에 그의 미래는 물론 박 위원장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국경제매거진 한경BUSINESS 840호 제공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