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 열리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산은금융지주와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의 공공기관 해제 여부를 결정한다. 이를 계기로 공공기관 규제의 근거인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이 개별 공기업의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영화 추진 여부와 경쟁 여건에 따라 해당 기관에 자율성을 더 부여하는 쪽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 좌지우지

2011년 말을 기준으로 286개 공공기관이 공운법에 따라 재정부의 강력한 통제를 받고 있다. 공운법은 참여정부 때인 2007년 1월 당시 기획예산처가 주도해 제정했다. 그 전까지는 KT KT&G 가스공사 등과 같이 민영화가 추진 중이던 곳들은 ‘민영화에 관한 법률’(민영화법), 나머지 공기업들은 대부분 ‘정부투자기관 관리 기본법’(정투법)을 적용받았다. 민영화법과 정투법으로 이원화됐던 관련법 체계가 공운법으로 일원화돼 모든 공공기관을 하나의 울타리에 포함시킨 것이다.

당시 입법 추진 과정에서 옛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등 대형 공기업을 관장하던 주요 부처들의 의견은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고 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성격이 다른 공기업을 한데 모아 규제하려고 했던 데다 해당 공기업의 설립법에 우선해 적용하도록 하는 등 제정 당시에도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공운법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일부 개정이 이뤄졌지만 큰 틀에서는 변한 게 없다. 오히려 공공기관 선진화를 명분으로 이 정부 전반기에는 공기업들을 더욱 강력하게 통제하는 수단으로 기능했다. 공공기관 선진화를 추진했던 ‘재정부 공공정책국’이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방만 경영으로 지탄받던 일부 공기업의 혁신을 강제한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다.

◆경쟁 여건 감안해 운용돼야

공운법은 공공기관 경영을 합리화하고 운영의 투명성을 높여 대 국민 서비스 증진에 기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됐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공운법이 너무 획일적으로 적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공공기관이 법 제정 목적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자율성을 더욱 중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그래서다. 공운법 3조에 명시한 대로 공공기관의 책임경영 체제를 확립하기 위해 자율적 운영을 보장해 달라는 것이다.

산은지주, 산은, 기은 등은 물론 주무 부처인 금융위원회가 수년 전부터 이들 기관의 공공기관 해제를 요구해온 것도 상황 변화를 감안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산은지주 관계자는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고, 시장에서 민간 기업은 물론 외국계 기업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기관의 족쇄는 어느 정도 풀어주는 게 필요하다”며 “공공기관에서 해제하더라도 정부가 지분을 갖고 있는 한 감사원 감사와 국회 국정감사는 계속 되는 만큼 공운법 취지에 부합하는 관리·감독장치는 유지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정부 관계자는 “산은과 같은 기타 공공기관에는 상당한 자율성이 부여돼 있다”며 “예산 지침도 기타 공공기관이 자체적으로 공기업 등의 것을 준용해서 쓰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에 공공기관에서 해제될 것으로 예상되는 기관들은 인사와 예산에서 자율성을 확보하게 됐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류시훈/서욱진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