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글로벌 경기 침체로 미국인의 노후 준비 상황이 점차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생활을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39%에 달하며 그 비율이 늘고 있다. 경기 침체로 실직을 했거나 연금자산의 수익률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둘째,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개인연금이나 퇴직연금 등으로 노후 준비를 하고 있지만 국민연금에 대한 의존도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인 중 61%는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을 중요한 노후자금원으로 꼽고 있으며, 59%는 국민연금도 중요한 노후자금이라고 답했다.
셋째, 미국 중장년층들도 부모 부양과 가족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중장년층 가운데 39%는 노부모를 돌봐야 하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또 응답자의 70%에 달하는 사람들이 은퇴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가족 간의 좋은 관계’를 꼽았다. 자녀들과 가까운 곳에서 살기 원하는 사람은 58%에 달했지만, 대부분 자녀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넷째, 현재 일하고 있는 중장년층들은 ‘빨리 은퇴해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사람(43%)과 ‘은퇴하더라도 계속 일하고 싶다’는 사람(41%)으로 나뉘었다. 은퇴 후 가장 하고 싶은 일로는 ‘여행’이 꼽혔으며, 스포츠 낚시 골프 등 야외활동, 건강관리, 정원 가꾸기, 취미생활 등의 순서로 소망을 밝혔다. 하지만 거의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노후자금 부족으로 하고 싶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냈다.
이 조사에서 은퇴자들은 노후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가능하면 많은 자금을 저축할 것을 충고했다. 그리고 성공적인 노후 준비를 위해 은퇴설계를 미리 꼼꼼히 하고, 가능하면 좀 더 오랫동안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진국 중에서도 가장 우수한 연금 시스템을 가진 미국의 중장년층들도 노후 준비에 대한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으며,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비해 우리는 아직도 은퇴를 매우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보고 있다. ‘100세 시대’ 준비가 허술한 은퇴는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될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좀 더 신중하고 꼼꼼히 은퇴설계를 해야 할 것이다.
우재룡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