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D형광체 세계 5번째 양산 … 창업 8년만에 빛 밝혔죠"
에디슨이 전구를 개발하면서 인간은 밤에도 낮처럼 활동할 수 있게 됐다. 그 뒤 에너지를 덜 쓰면서 밝은 빛을 내는 광원을 찾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1993년 LED가 탄생했다. 4년 뒤 파란 LED에 형광체를 칠해 백색을 내는 기술도 개발됐다. 이로써 LED는 제대로 된 광원으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이 형광체를 국산화해 양산하고 있는 기업이 광주의 포스포다.

광주 첨단산업단지에 있는 포스포(공동대표 박승혁 윤호신) 본사에 들어서면 커다란 가마솥 같은 게 눈에 뛴다. 그 안에 각종 재료를 넣은 뒤 이를 열처리로에 밀어넣어 LED 형광체를 만든다. 그 과정이 빵을 굽는 것과 비슷하다. 1400도 안팎으로 구운 뒤 빵처럼 성형되면 그 뒤에 잘게 부순다. 이를통해 탄생하는 형형색색의 가루가 이 회사의 제품이다.

윤호신 대표(36)는 “LED는 친환경적이고 전력 소모가 적어 새로운 조명원으로 각광받고 있는데 이를 생산하는 데 필수적인 형광체를 만드는 게 우리 회사”라고 설명했다. 발광다이오인 LED(Light Emitting Diode)는 화합물 반도체 단자에 전류를 흘려서 빛을 내는 소자다. 이 중 백색 LED는 LCD TV용 백라이트, 자동차 헤드램프, 일반조명 등으로 실용화되고 있다. 다양한 장점이 있어 용도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LED용 형광체는 LED가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칠해주는 재료다. 포스포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이 제품을 대량 생산하고 있다. 박승혁 대표(34)는 “양산업체는 세계적으로도 5곳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 업체들이 대부분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이 100억원을 넘었다. 보통 중소기업은 30억원과 50억원의 매출 고비를 넘기가 힘들다. 이 과정에서 주저앉는 곳이 많다. 포스포는 창업 7년 만에 100억원 고지를 돌파한 것이다. 어떻게 이런 기술력을 가진 회사가 되었을까.
"LED형광체 세계 5번째 양산 … 창업 8년만에 빛 밝혔죠"
이 회사는 박승혁 윤호신 공동대표가 이끌고 있다. 이들은 대덕에 있는 한국화학연구소에서 한솥밥을 먹던 동료였다. 윤 대표가 두 살 위다. 박 대표는 단국대를 거쳐 고려대에서 박사학위 과정를 밟고 있는 화학 전공자이고, 윤 대표는 화학공학 전공자로 제주대를 나와 충남대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이들은 연구소 시절 LED용 형광체 개발에 몰입했다. 젊음과 패기를 앞세워 남들이 안 하는 분야에 도전했다. 이를 사업화하기 위해 2003년 9월 창업했다. 이들과 직원 1명 등 3명으로 포스포를 만들었다. 포스포(Force4)는 형광체를 뜻하는 포스포(Phosphor)에서 따온 것이다.

하지만 순탄한 사업이라는 것은 없다. 이들은 초창기 자체 기술로 제품화하는 데 실패했다. 박 대표는 “창업 이듬해 연매출은 고작 80만원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기업을 유지하려면 매출이 있어야 했다. 국책연구소 등의 프로젝트를 수주해 근근이 연명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기술 개발의 끈을 놓지 않았다. LED 형광체 연구에 매진했다. 돈이 없어 광주과학기술원을 비롯해 한국광기술원 등의 시험장비와 연구시설을 활용하면서 마침내 형광체 국산화에 성공하게 됐다. 박 대표는 “창업 2년 만에 레드 그린 블루 세 가지 형광체를 개발하는 기업부설연구소를 설치해 노력한 끝에 좋은 성과가 나왔다”며 “외국에서 전량 수입하던 형광체를 국산화한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 뒤 2006년부터 LG이노텍으로부터 제품의 신뢰성을 인정받고 납품을 시작했다.

이 회사가 만드는 형광체는 크게 그린 옐로 오렌지 레드 등 4가지 계열이다.
"LED형광체 세계 5번째 양산 … 창업 8년만에 빛 밝혔죠"


그린형광체는 단품으로 사용해 그린조명장치에 쓰이며 교통신호등 장식등 표시등과 같은 곳에 쓰인다. 옐로 형광체는 백색조명장치를 위해 설계된 것이다. 이 제품은 LED의 백라이트유닛(BLU)이나 카메라 플래시, 가로등 일반조명 등에 쓰인다. 이게 이 회사의 핵심 제품이다. 오렌지형광체는 퍼플 핑크 오렌지 조명장치에 쓰이는 제품이다. 레드형광체는 붉은 계열의 조명장치에 쓰인다.

이 회사의 직원은 모두 45명이다. 이 중 생산직은 8명에 불과하다. 대부분 연구개발직이다. 이 회사의 기술력은 인력과 특허 등에서 나타난다. 창업자들은 이미 한국화학연구소 시절부터 이 연구를 2년 정도 진행한 적이 있다. 지금까지 약 10년에 가까운 경험을 축적했다.

주요 연구 인력들 역시 비슷한 정도의 경력이 있다. 이 회사는 주요 제품인 실리케이트 계열에 대한 특허를 갖고 있다. 앞으로 성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질화물 계열의 형광체에 대해서도 특허를 여러 건 출원했다. 박 대표는 “매출 10%는 연구·개발에 투자한다는 원칙을 고수하면서 기술 개발에 나선 데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분야에서 연구·개발 능력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생산기술이다. 공정기술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회사는 그동안의 형광체 공정개발 연구를 통해 고객사가 원하는 조건에 적합한 제품을 생산하는 맞춤 생산공정을 갖췄다.

이 회사는 지난해까지 LG이노텍에 주로 납품해왔으나 금년부터 고객사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국내 몇몇 업체를 대상으로 기술 영업을 벌이고 있으며 해외 영업도 추진하고 있다.

윤 대표는 “현재 매출의 90%는 내수시장에서 창출하고 있지만 앞으로 중국과 대만시장을 공략해 이들 지역 판매를 전체 매출의 20%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명용 시장에도 뛰어들 예정이다.
"LED형광체 세계 5번째 양산 … 창업 8년만에 빛 밝혔죠"


포스포 직원은 대부분 20~30대 젊은 직원들이다. 대표들과 비슷한 연배다. 박 대표와 윤 대표는 직원들 눈높이에서 신나는 일터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1억원을 들여 잔디구장과 풋살장을 조성해 매주 화요일 축구경기를 가졌지만 공간이 좁다 보니 지금은 이곳에 새로운 건물을 짓고 있다. 사무실 연구소 실험실 생산시설을 본사 내에 적절히 분산 배치하기 위한 것이다. 대신 외부에서 각종 취미활동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 회사는 중소기업청 기술혁신 중소기업 인증을 받았고 대한민국창업대전 중소기업청장상 등을 받았다. 포스포가 추구하는 정신은 크게 네 가지다. 도전(Challenge), 열정(Passion), 기술(Technology), 미래(Future)다. 이들이 시너지를 이룰 때 강력한 힘이 나온다고 믿는다. 젊은 기업 포스포가 이 네 가지 힘을 모아 형광체 분야에서 빛을 발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