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주민번호·해외서버 쓰면 속수무책
학부모들 "진작에 도입했어야…" 환영도
"셧다운제는 부모님의 주민등록번호 도용 촉진 제도예요. "(중학생 김모군)
청소년들의 심야 온라인 게임 이용을 차단하는 '셧다운제'가 20일 0시부터 시행됐다. 이 제도는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16세 미만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이용을 차단하는 것이 골자다. 청소년의 지나친 게임 몰입을 막기 위해 마련됐다. 이 내용을 담은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은 게임업계의 강한 반발 속에서도 정부와 여당이 밀어붙여 지난 4월 국회를 통과했다. 상당수 학부모들이 환영하고 있지만 실효성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청소년 이용자 자정 이후 사라져
고등학교 1학년인 김기원 군(15)은 "오랜만에 온라인 게임을 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게임이 끊겨 놀랐다"며 "기간제 아이템(일정 기간만 이용할 수 있는 칼 방패 등 게임 내 아이템)도 구입했는 데 하루에 6시간을 사용하지 못한다면 가격을 깎아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반면 상당수 학부모들은 셧다운제를 반기는 분위기다. 여성가족부가 7월부터 9월까지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에 의뢰해 학부모 316명,교사 3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교사의 72.3%,학부모의 61.8%가 셧다운제 도입이 게임중독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대답했다. 중학생 자녀 둘을 둔 김윤호 씨(46)는 "게임에 빠진 아이들이 많아 셧다운제는 진작부터 시행됐어야 할 제도였다"며 "정부는 게임업계에 대한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모 주민번호 도용 등 실효성 논란
하지만 셧다운제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청소년들이 부모 등 16세 이상의 주민등록번호를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모군(14)은 "이미 게임 캐릭터를 여러 개 만들기 위해 부모님 주민등록번호로 게임 계정을 만들었다"며 "셧다운제가 실시돼도 다른 계정으로 접속하면 돼 심야에 게임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입법학회가 최근 청소년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4.4%가 셧다운제 시행 후 '주민등록번호 도용 등으로 게임을 계속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스타크래프트''디아블로2' 등 일부 게임이 셧다운제에서 제외된 것도 문제다. 이들 게임은 온라인으로 즐길 수 있지만 연령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셧다운제에서 제외됐다.
애꿎은 피해자도 속출하고 있다. 셧다운제에 해당되지 않은 이용자라 하더라도 16세 미만 청소년과 1 대 1일로 겨루는 스포츠게임 등을 할 경우 자정이 되면 게임이 끊긴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 상대방이 차단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이런 경우는 현재 시스템 상으로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김주완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