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엠트론, 협력사에 '신용 사다리'…'동반성장 채권' 950억 첫 발행
LS엠트론, 협력사에 '신용 사다리'…'동반성장 채권' 950억 첫 발행
LS엠트론(사장 심재설 · 사진)이 13개 협력업체들과 함께 950억원 규모의 '동반성장 채권'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행했다. 여러 기업들의 일반 회사채를 기초자산으로 한 채권담보부증권(CBO)을 발행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신용등급이 낮아 자체적으로 회사채 발행이 불가능했던 협력업체들은 연 6.70~7.50%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대기업과 금융회사가 신용을 보강해 신용등급이 낮은 협력업체들이 채권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도와준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상당하다는 평가다.

◆상생을 통한 협력업체 채권발행 지원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트랙터와 전자부품 등을 제조하는 LS엠트론과 산업은행이 주도해 지난달 설립한 서류상회사(SPC) 'LS엠트론동반성장유동화전문유한회사'는 지난 16일 총 900억원의 3년만기 CBO를 발행했다. 상환순위가 가장 높은 선순위 CBO(신용등급 AAA · 수익률 연 4.15%)가 350억원,중순위 CBO(신용등급 A0 · 수익률 연 4.63%)가 400억원이다. 상환순위가 가장 낮은 후순위 CBO도 200억원어치 발행했다.

이번 CBO 발행을 통해 모은 자금(950억원)은 LS엠트론과 13개 협력업체들이 발행한 일반 회사채 950억원을 매입하는 데 사용됐다. 결과적으로 LS엠트론과 13개 협력업체들은 이번 CBO를 통해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보게 된다.

이번 LS엠트론의 CBO 발행을 위해선 산업은행이 490억원까지 신용보강(지급보증)을 해주기로 했다. 전체 950억원의 CBO 중 상환순위가 가장 뒤로 밀리는 후순위 CBO는 LS엠트론 등 3개 회사가 매입했다. 협력업체들의 부도 등이 발생할 경우 그 손실은 규모에 따라 산업은행과 후순위 CBO를 매입한 LS엠트론 등이 순차적으로 지게 되는 구조다.

국내에서 CBO가 발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정부기관인 신용보증기금이 중소기업 자금지원 등을 목적으로 2000년부터 발행하고 있는 '프라이머리 CBO'와 발행구조가 거의 동일하다. 하지만 이번 CBO는 정부가 아닌 대기업이 자발적으로 나서 발행을 주도한 것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협력업체들 연 6.7~7.5%로 자금조달

LS엠트론, 협력사에 '신용 사다리'…'동반성장 채권' 950억 첫 발행
이번 CBO를 위해 회사채를 발행한 총 14개 기업 중 신용등급이 A급인 회사는 LS엠트론이 유일하다. 나머지 협력업체 중 대성전기공업만 투자적격인 BBB급이고,12개 업체는 BB~B-급의 투기등급회사들이다.

김종민 삼성증권 크레디트애널리스트는 "국내 회사채 시장에서는 신용등급 B급 업체들은 독자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없다"며 "은행에서 차입을 해도 담보를 제공하지 않는 한 B급 회사들은 두 자릿수 안팎의 고금리가 적용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CBO 발행을 통해 LS엠트론 협력업체들은 BB급 업체는 연 6.95%로,B-급은 연 7.5%로 자금을 빌릴 수 있게 됐다.

이번 CBO 발행에 참여한 칠성산업의 정재만 대표는 "그동안 자금조달이 어려워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를 하지 못했는데 이번 회사채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을 기술개발 등에 집중적으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심재설 LS엠트론 사장은 "실질적인 협력업체 상생을 위해 이번 CBO 발행을 결정했다"며 "다른 대기업들로 이번 사례가 확대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