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동업하라' 신용한 "'의리와 정'은 실패의 지름길"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은 세계적으로 성공한 '동업'기업이다.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LG그룹 등은 한국의 대표적 동업 기업으로 꼽힌다. 하지만 한국에서 동업의 인식은 좋지 않다.

“형제끼리도 동업은 하지 마라” “친구와 멀어지고 싶으면 동업을 하라”라는 말이 사회의 분위기를 대변한다.

사업이 실패했을 경우 ‘돈과 사람’ 모두를 잃을 수 있다는 걱정이 앞서는 것이 그 이유다.

한국에서 동업으로 성공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들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신간 '동업하라 : 당신이 알고 있는 성공 공식은 틀렸다'(중요한 현재)의 저자 신용한 씨는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동업이 실패하는 이유는 모두 '정과 의리'로 시작하기 때문이다"라고 꼬집어 말했다.

신씨는 신간에 동업의 장점과 여러 사례를 설명하며 파트너 선정법부터 계약서 작성, 사업의 마무리 등 ‘동업’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을 풀어냈다. 신씨 자신도 동업으로 인해 사업의 실패를 맛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신간의 발간 이유에 대한 질문에 그는 "누군가 내가 했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은 파트너를 갖는 것은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을 알게 되는 셈"이라며 "혼자 가는 것보다 함께 가면 더 든든한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동업의 장점을 말했다.

◆ 동업 파트너의 선정법 "배우자 보다 더 철저히 따져라"

모든 사업은 성공하기 위해 시작하는 것이다.

누군가와 함께 사업을 구상하는 것은 목표의 크기를 절반으로 줄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사업의 성공을 두 배 더 키우기 위한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애플의 성공한 것은 故스티브 잡스의 '혁신' 능력과 팀 쿡 '경영능력'이 시너지 효과를 냈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와 팀 쿡이 같은 성향을 가졌으면 애플의 현재는 바뀌었을 수도 있다.

이와 같이 동업 파트너를 구할때에는 자신에게 없는 강점을 가진 인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신씨는 동업 파트너를 선정하는 5가지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① 파트너가 비즈니스 핵심역량을 갖고 있는가?
② 파트너의 인적 네트워크는 어떠한가?
파트너가 갖고 있는 유형의 재산은 어느 정도인가?
④ 파트너가 이 사업에 무엇을, 얼마만큼 걸고 있는가?
⑤ 당신은 어떠한가?

그는 "5가지 요인들 중 한가지라도 빠지는 만큼 실패의 확률도 높아지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동업 파트너를 구한 뒤에는 상대방과 본인의 역량을 분석해야한다. 커피숍을 오픈한다고 가정해보자. 당신이 레시피를 담당, 파트너가 경영을 담당한다면 두 사람의 역량을 정확하게 체크한 뒤 역할 분담 과정이 필요하다.

신용한 씨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과 마음이 맞는 사람'을 동업자로 고르는 것은 굉장한 실수이다"며 "내게 없는 것을 가진 최고의 전문가 파트너를 찾은 후에 그 사람과 내가 잘 맞는지를 선택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 역시 동업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이해진 NHN 창업자와 김범수 한게임 사장은 동업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역할 분담'을 명확히 했다. 김 사장은 한게임과 해외사업 영역에 집중했고, 이 부사장은 네이버를 담당하는 식으로 경계선을 분명히 그었다.

'난타'를 만든 PMC프로덕션 역시 마찬가지다. 송승환 대표는 기획과 제작을, 이광호 대표는 분명하게 경영관리에만 집중했고 서로의 영역을 존중했다.

신용한 씨는 "파트너는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역량"이라며 "역할 분담을 중요시하는 파트너를 인생의 배우자를 만나는 것처럼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첫째도 계약서, 둘째도 계약서

신용한 씨는 "한국에서 동업이 문제가 되는 것은 '계약서' 없는 ‘시스템 없는’ 사업을 시작하기 때문이다"고 풀이했다.

우리 사회에서 ‘계약서'는 왠지 껄끄럽고 부담스러운 존재다. 쓰긴 써야하는데, 대놓고 말을 꺼내면 상대방을 믿지 못하는 것처럼 보일까봐 걱정이 시작된다.

계약서는 구체적인 사업 계획서다.

신 씨는 "사업계획서없이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이 사업을 시작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계약서는 파트너 서로를 옭아매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니다. 사업의 주체자가 사업의 방향과 지분관계, 권한 등 모든 구체적 사항을 적어야한다.

저자는 "계약서를 대충 만들거나 그것조차 없는 동업의 끝은 소송으로 장식되기 일쑤" 라며 "일종의 스토리와 플랜이 담긴 계약서,그 자체로 사업계획서 역할을 하는 계약서를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지분관계와 투명성 확보

동업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이자 동업이 파탄에 이르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지분이다.

5:5로 배분되는 공평한 지분관계는 싸움을 유발한다. 누구나 '유일한 권력'이 되고 싶은 욕망이 있기 때문이다.

동업자들은 공평한 지분관계보다 애초부터 6:4나 7:3으로 불균형한 지분관계가 파트너쉽을 유지하는데 더 도움이 되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분이 적다고 손해를 보는 것도 아니고, 높다고 이익을 보는 것도 아니다. 지분 비율과 그에 따른 권한과 책임, 리스크가 비례하기 때문이다.

예민한 돈이 걸린 만큼 돈거래와 사업의 현황에 대해 투명하게 진행시켜야 한다. 파트너에게 단순하게 매달 "지난 달 매출은 얼마, 영업이익은 얼마"라고 말해주는 것은 부족하다.

서로 구체적인 장부를 작성하고 장부를 바꿔 보는 식으로 상호 검증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매달 서로 장부를 바꿔 보는 식의 '크로스 체크'등이 좋은 예다. '크로스 체크' 법은 파트너에게 믿음을 주며 스스로에게 더 꼼꼼한 계산법을 인지하도록 한다.

신씨는 "불행의 씨앗은 돈이 아니라 돈의 투명성을 확증하고 검증하는 시스템의 부재인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명 이상 홀수의 사람이 사업을 하는것도 도움이 된다. 둘 사이의 미묘한 경쟁심리를 완화시켜주는 것 뿐만 아니라 중재의 역할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며 “한 명이 중간에 그만둬도 두 명이 남아서 안정적이다”고 덧붙였다.

◆ 동업의 최종 목표는 '아름다운 이별'

한국의 대표적 '동업' 그룹 LG은 '아름다운 결말'의 모범적인 케이스로 꼽힌다.

6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잡음없이 동업을 이어온 구씨 가문과 허씨 가문은 지난 2005년 성문법보다 중요한 '가문의 불문법'을 통해 감정적 대립없이 깔끔하게 사업을 분화시켰다. 분화 이후에도 이들 기업은 겹치는 업종을 하거나 경쟁하는 일 없이 서로의 사업을 든든하게 지원하고 있다.

신용한 씨는 "함께 가는 동업은 뒤집어 말해 크게 성공하지 못한 동업이다. 어차피 영원한 동업은 없다"고 강조했다.

동업을 시작할 때에는 반드시 '끝'을 염두해 두고 해체와 분화에 대한 시나리오를 만들어야 한다.

계약서를 만들 때에는 사업이 최악의 상황으로 마무리 될 때와 성공 이후 등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해야한다.

떠나간 동업자가 경쟁자로 돌변하는 것은 동업의 '최악의 상황'이다. 자신의 단점과 장점을 모두 알고 있는 파트너가 경쟁자로 떠오른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동업자와의 헤어짐은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남아 있는 자는 같이 해왔던 비즈니스를 더욱 단단하게 수성할 수 있고, 서로의 힘이 필요할 때면 언제든 흔쾌히 힘을 합칠 수 있다.

신용한 씨는 "프렌차이즈 창업이든 쇼핑몰 창업이든, 자신에게 가장 익숙한 사업 아이템을 찾아야한다"며 "서로에게 힘이되는 아름다운 파트너가 될 수 있도록 원칙을 세우는 동업을 하면, 누구나 성공의 지름길을 알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뷰] '동업하라' 신용한 "'의리와 정'은 실패의 지름길"
☞ 저자 신용한은 누구?


저자 신용한은 그룹 최연소 CEO를 역임하며 쌓은 경영능력, 창투사 경영시 축적한 벤처 인큐베이팅 경험, 예비창업자들을 위한 멘토링과 엔젤투자클럽을 운영하며 얻은 창업 컨설팅 경험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공동창업을 위한 시스템과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는 젊은 실력파 경영인이다.


극동유화그룹 최연소 CEO이자 구조조정본부 사장을 역임하며 M&A, 신성장사업 발굴, 구조조정 등 기업경영 전반에 걸쳐 압축적인 경험을 쌓고, (주)인크루트 사외이사로 몸담으며 청년실업과 고용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해결방안을 집중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2006년 (주)맥스창업투자 대표이사로 취임해 투자펀드를 운영하면서 수많은 창업자 및 공동창업자들의 성공과 실패 경험을 공유하고 벤처 인큐베이팅 경험을 쌓았다.


2007년에는 국제교류재단 주관 ‘한국-유럽 차세대 리더’ 한국 대표에 선정되고 우수 중소기업인상을 수상한 바 있다.


현재 (주)지엘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로 청년창업자 멘토링 프로그램과 엔젤투자클럽을 운영하면서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활발한 멘토링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10에는 청년창업자 멘토링 프로그램 운영 및 청소년 교육사업에 대한 공헌을 인정받아 JA Korea가 주관하는 청소년 멘토링 자원봉사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저서로는 《위기가 오기 전에 플랜 B를 꺼내라》(위즈덤하우스)가 있다.


한경닷컴 정원진 기자 aile0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