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아역 3인방 "우리가 영화 촬영후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구요?"
영화 '도가니'는 한 청각장애인학교에서 실제 일어난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로 2000년부터 5년간 청각장애아를 상대로 교장과 교사들이 비인간적인 성폭력과 학대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고발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흥행후 관객들로부터 '진짜 청각장애인 아니었냐'는 오해를 살만큼 완벽한 연기를 보여준 아역배우들.

인터뷰를 위해 한국경제신문을 찾은 아이들의 표정은 마냥 해맑고 순수했다.

민수 역을 맡은 백승환 군은 중학교 1학년이고 연두역을 맡은 김현수 양과 유리역의 정인서 양은 초등학교 5학년 동갑내기다.

이들이 어린 나이에 '성폭행'이라는 충격적이고 암울한 소재의 영화에 출연하다보니 주위에 오해도 많았다.

주위에서는 "어디 출연시킬 영화가 없어 그런 영화에 출연시키느냐"는 말도 하고 개봉후에는 "영화 촬영후 충격때문에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하더라" 등 근거없는 말도 인터넷을 통해 나돌았다.

김현수 양의 부모님은 "시나리오를 받고 망설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허구가 아니고 실제 일어났던 사건이라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면서 "아이한테 자극적일 수도 있었던 촬영이지만 황동혁 감독님의 세심한 배려로 현수는 아무런 상처도 입지않고 순탄하게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정인서 양의 부모님 또한 "교장실 성폭행 장면을 밤새 촬영하고 아이가 울긴 했는데 운 이유에 대해 물어보자 '잠을 참는 것이 힘들어서'가 첫번째 이유였고 '난 묶인 장면만 찍었는데도 힘들었는데 실제 일을 당한 언니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니 눈물이 났다고 말하더라"면서 촬영후 아이가 훌쩍 컸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백승환 군은 "촬영 중 틈나는대로 현수 인서와 공기놀이도 하고 정유미 누나와 배드민턴도 치는등 즐거운 촬영이었다"고 회상하며 영화를 위해 배운 수화가 지금도 수준급이라고 공개하기도 했다.

성폭행 등 장면에서는 최소한의 스텝들만 참여해서 따로 촬영을 해서 붙이는 기법을 사용했다. 아이와 어른의 우려스러운 접촉 자체가 촬영장에서는 없었던 것.

출연 아역배우들은 아직 미성년자라 영화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들이 즐겁게 촬영한 영화가 얼마나 암울한 분위기로 전달됐는지를 모르고있는 상태다.

그저 흥행에 성공한 후 주위에서 자신들을 알아보고 사인요청을 하는 상황에 마냥 신나고 쑥쓰러워하는 상태.

세 배우 모두 도가니 촬영이후 각종 드라마 및 영화 출연도 쇄도해 이미 여러 드라마에 얼굴을 비추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한편 '도가니'제작사 측은 최근 재편집을 거친 '도가니'를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에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으로 신청했다.

'주제, 내용, 대사, 영상 표현에 있어 사회 통념상 용인되는 수준이지만, 성폭행 등의 묘사가 구체적이며 직접적으로 표현되고 있다는 이유로 한차례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던 데 이어 2번째다.

아동보호를 위해 심의가 진행되고 있는 현실과 한편에서는 영화보다 더 참혹한 아동상대 성폭행 또는 장애인대상 성범죄가 자행되고 있는 괴리감은 언제쯤 사라지게 될까.

전국적으로 460만명이 넘는 관객들이 '도가니'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았다. "나쁜 아저씨들이 지구상에서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아역배우들의 바램이 영화를 본 모든 관객들의 마음에 새겨졌기를 기대해본다.

한경닷컴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 / 사진 변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