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택선 교수의 생생 경제] '99%의 시위'와 소득불평등
미국에서 시작된 '99%의 시위'가 다른 나라로 번지면서 탐욕스런 금융가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제는 대규모 은행들로부터 소규모 은행으로 계좌를 옮기는 사태로까지 발전하고 있으니 이 같은 시위가 단순한 해프닝이나 사회현상으로만 치부하기에는 생각보다 심각한 듯하다.

이런 사태의 원인은 청년실업,급여와 관련한 일부 금융가에서의 잘못된 관행 등이 원인이 되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그 안에 소득불평등의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이번 시위사태의 초기부터 1%니 99%니 하는 말이 등장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미국의 소득불평등은 어느 정도일까.

일반적으로 소득불평등을 측정하는 지표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것은 지니계수다. 지니계수는 세로축에 소득의 비율,가로축에 인구비율을 표시한 정사각형 상자에 얼마의 인구비중이 얼마의 소득비중을 차지하는지 표시한 로렌츠곡선으로부터 계산한다. 예를 들어 앞서 말한 사각형에서 대각선은 15%의 인구가 15%의 소득을,68%의 인구가 68%의 소득을 갖는 식이기 때문에 완전한 평등을 의미한다. 반면 밑변과 우변으로 연결된 선의 경우 밑변을 따라 모든 사람들이 소득이 없다가,우변을 따라 마지막 한 사람이 모든 소득을 갖는다는 말이므로 완벽한 불평등을 의미한다.

실제의 경우에는 이 같은 양극단의 중간 어딘가에 즉 대각선의 오른쪽에 곡선의 모양으로 로렌츠커브가 그려질 것이다. 이때 대각선 아래의 삼각형 면적에서,대각선과 로렌츠커브 사이의 면적이 차지하는 비중이 바로 지니계수다. 따라서 완전한 소득평등은 지니계수가 0이고,완전한 불평등은 지니계수가 1이 된다. (경우에 따라 0과 1 사이의 값으로,혹은 백분율로 표시한다) 즉 지니계수가 클수록 소득이 불평등하다는 말이다.

지니계수는 계측기관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보이는데 미국의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2000년대 중반 3.81로 전체 회원국 가운데 네 번째이고,그동안 꾸준히 악화되어온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이 발표한 것을 보면 2007년을 기준으로 0.45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0.31보다도 훨씬 높다. 소득불평등이 최근 시위를 촉발한 측면이 있다는 말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번 시위를 한꺼풀 벗겨보면 단순히 월가 사람들의 소득이 높다는 불만은 아닌 것 같다. 정보가 차단된 상황에서 부실금융기관이 고액 연봉의 돈잔치를 벌이고 있기 때문에 공분을 사고 있는 것이다. 즉 소득불평등 심화가 전형적인 도덕적 해이라는 문제를 만나 시위를 촉발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노택선 교수 < 한국외국어대·경제학 tsroh@hufs.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