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 전문가들은 단순히 돈을 아껴쓰고 저축하는 일만으로는 여유있는 노후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조언한다. 노후 설계는 어떤 전략을 세우느냐에 따라 희비가 크게 엇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고수익 투자상품과 예금금리 간 수익률 격차는 은퇴 후 생활을 180도 바꿔 놓을 수 있다.

임주혁 한화증권 르네상스지점 마스터PB(프라이빗뱅커)는 "지금 40대라면 최소한 20년 뒤의 상황을 예측하고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며 "장기 투자의 특성상 물가 상승으로 인한 화폐 가치 하락을 염두에 두지 않고 절약에만 열중했다가는 크게 실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 자양동에 위치한 고급 시니어타운 '더클래식500' 입주 준비 사례를 예로 들었다. 현재 입주 보증금은 약 8억원이다. 그러나 물가 상승률 3.5%를 적용할 경우 20년 후 내야 할 보증금은 두 배인 16억원에 달한다.

은퇴 시점에 같은 수준의 고급 시니어타운 입주를 계획하는 사람이 열심히 절약해 모은 8억원을 금고에 모셔뒀다가는 화폐 가치 하락으로 낭패를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은행 예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연 3%대 예금상품에 돈을 넣어 두더라도 저금리 고물가 영향으로 실질적인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반면 장기 전략을 바탕으로 고수익 상품을 잘 골라 투자할 경우에는 전혀 다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만약 연 10%의 수익을 꾸준히 낸다고 가정하면 지금의 8억원은 20년 뒤 53억원으로 불어난다. 7%의 수익률을 가정하면 31억원,5%의 경우 21억원을 손에 쥘 수 있다.

전문가들은 소액은 적립식 펀드로,목돈은 포트폴리오 방식으로 불려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적립식 펀드는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매입단가가 낮아지는 효과 덕분에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목돈이 모이면 채권과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에 돈을 나눠 담아 안전하게 운용하는 포트폴리오 방식이 유용하다.

임 PB는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돈에 있어 시간이란 무서운 무기라는 점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며 "절약만으로 노후를 준비할 수 없음을 인지하고 안정적인 자산 증식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