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 동부그룹은 큰 변신을 보였다. 기존 사업 외에 다른 사업 진출을 꺼렸던 보수적인 경영스타일과 달리 적극적인 기업 인수 · 합병(M&A) 전략을 구사했다. 새로 추진하는 신규사업군도 로봇에 이어 LED(발광다이오드),곤충사업,태양광 등으로 다양해졌다. 향후 10년을 대비해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려는 전략이다.

◆김준기 회장 특명,"체질 바꿔라"

동부의 사업영역은 크게 6개 분야다. △철강 · 금속 · 화학 △농업 · 건강 · 유통 △반도체 · 정보기술(IT) · 전자 △건설 · 에너지 · 부동산 △물류 · 여객 · 콘텐츠 △보험 · 증권 · 은행 등이다. 최근 들어 사업부문별로 전열을 재정비했다. 철강 · 금속 · 화학 분야는 국내 최대 전기로 제철회사인 동부제철을 주축으로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조강 생산량을 총 1000만t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동부제강은 성장 잠재력이 풍부한 태국,인도네시아,인도,브라질 등 신흥시장 진출도 모색 중이다. 합금철 국내 1위,정련합금철 세계 2위인 동부메탈은 작년 2000억원을 들여 단일 규모로는 세계 최대인 50만t의 생산라인을 증설했다. 또 아이언너겟,태양전지 소재,망간을 활용한 2차전지 소재 등에도 진출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반도체 · IT · 전자 분야 핵심 계열사는 동부하이텍이다. 매년 '적자행진'을 벌여왔던 이 회사는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흑자전환을 이뤘다.

농업 · 건강 · 유통 분야에선 동부한농을 중심으로 사업전략을 재편 중이다. 사업 재편 방향은 첨단 바이오 경쟁력을 높이는 데 있다. 이를 위해 동부는 작년 12월 농산물 유통회사인 동화청과를 인수했다.

동부건설을 주축으로 하는 건설 · 에너지 · 부동산 분야는 엔지니어링 기술을 첨단화하고 특화 플랜트,에너지,환경,미래형 주택 등으로 사업영역을 다각화는 중이다.

이 가운데 동부발전은 충남 당진에 국내 최초의 친환경 민간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다. 아울러 물류 · 여객 · 콘텐츠 분야에선 동부익스프레스가 올해 동부건설에서 분사해 물류사업 경쟁력 제고에 나섰다.

◆M&A 통해 신사업도 속속 발굴

이 같은 사업재편은 김준기 회장이 주도하고 있다. 김 회장은 작년 하반기부터 M&A에 적극 나설 것을 각 사에 주문했다. 반도체,제철에 이어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라는 지시다.

김 회장이 선택한 첫 번째 아이템은 로봇이다. 동부그룹은 지난해 7월 동부정밀화학을 통해 로봇 전문업체인 다사로봇 경영권을 인수했다. 동부정밀화학은 2008년부터 다사로봇 유상증자 참여를 통해 지분을 확보하는 등 사전 정지작업을 펴왔다. 당시 김 회장은 다사로봇의 지분 인수를 직접 진두지휘할 만큼 로봇사업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동부가 이 분야에 뛰어든 것은 산업용 로봇사업에 뛰어들면 반도체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동부하이텍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올초에는 일본의 진공로봇 전문업체인 에이텍도 인수했다. 로봇사업의 성과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올해 안에 충남 천안에 제2공장을 착공한다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사업영역도 지능형 서비스 로봇으로 넓혔다. 유치원 등 교육기관에 비치돼 있는 지능형 애완 로봇인 '제니보'와 같은 교육용 로봇이 현재 개발 중인 제품이다. 동부로봇은 2015년까지 매출 15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비전도 내놨다.

IT 분야에서도 활발한 M&A를 벌이고 있다. 올해 3월 LED조명업체 화우테크를 인수해 동부라이텍㈜으로 사명을 바꿨다.

동부라이텍은 3W부터 160W에 이르는 다양한 제품을 개발,세계 60개국 · 250개 판매 네트워크를 통해 수출하는 전략을 짜고 있다. 지난 7월에는 LED패키지와 응용제품을 생산하는 알티반도체를 인수해 LED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이뿐만 아니다. 동부라이텍은 동부한농과 공동으로 LED조명 식물공장 프로젝트도 본격적으로 추진 중이다. 경기도 성남에 LED조명을 이용한 식물공장을 착공,내년 초에 완공할 예정이다.

농업 분야에서는 지난 4월 천적곤충 사업을 하는 세실을 인수했다. 이를 토대로 생물학적 방제 사업과 바이오 분야에 진출한다는 전략이다. 6월에는 동호제약과 자산양수도계약을 체결해 가정용 살충제 시장에도 진출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