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아이폰5 출시 직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특허침해 혐의로 애플을 제소하고 수입 · 판매금지를 요청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아이폰5 판매 금지를 요청하는 국내 법원 가처분 신청은 내부 검토를 거쳐 제기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애플이 특허침해 소송을 낸 이후 수동적으로 대응했던 삼성전자가 공세적으로 전략을 전면 수정한 것이다.

29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애플과의 특허분쟁과 관련해 이 같은 방침을 내부적으로 확정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애플과의 소송전에서 지금까지와 달리 좀 더 공세적인 입장을 취하기로 방침을 정했다"며 "소송 제기 시점은 애플이 아이폰 신제품(아이폰5)을 공개하는 내달 4일이나 5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이재용 사장도 최근 기자와 만나 '애플과의 소송전에서 강력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에 "10월4일에 보세요. 재미있는 일이 있을 것입니다"고 답했다. 애플과의 소송전에서 회심의 반격 카드를 내놓을 것이라는 해석을 가능케 하는 발언이다.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애플에 좀 더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게 우리 생각"이라며 "여러 가지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국내 법원에 아이폰5 수입 · 판매를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내는 것을 유력하게 검토해왔으나 국내 소비자들의 반발 등을 고려해 제기하지 않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ITC에 애플이 자사 통신특허를 무단 사용했다는 점을 들어 중국 등에서 생산하는 아이폰5의 미국 내 수입 · 판매를 막아 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다. ITC는 1년6개월 뒤에 최종 판결을 내리게 된다.

ITC 제소 방침은 애플이 갤럭시탭 10.1에 대해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데 대한 맞대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15일 애플이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한 이후 9개국에서 맞소송을 냈으나 '최대 고객'인 애플과의 관계를 고려해 전면전을 펼치지는 않았다.

이태명/조귀동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