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기업인 SAS는 사내 의료센터와 보육시설,각종 문화시설 등 수준 높은 복지 혜택을 제공하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SAS가 미국 포천지가 발표한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100 Best Companies to Work For)'에서 2년 연속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복리후생시스템이 훌륭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직원을 행복하게 하면 직원은 고객을 행복하게 한다'는 짐 굿나잇 SAS 회장의 경영철학과,신뢰를 감성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기업문화가 직원들의 마음을 회사에 머무르게 하기 때문이다.

구성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자극이 필요하다. 긍정적인 자극을 달리 표현하면 동기부여(motivation)다. 동기부여는 '움직이다'(movere)란 의미의 라틴어에서 유래됐다. 사람의 마음을 열고 행동하게 만드는 것,이것이 동기부여의 시작이자 끝이다.

#구성원의 역할모델이 돼라

가장 효과적인 동기부여는 리더 스스로 구성원의 역할모델이 되는 것이다. 리더의 행동과 가치를 따를 수 있도록 모범을 보인다면 구성원은 강한 자극을 받는다. 성경의 요한복음을 보면 예수가 제자들의 발을 손수 씻어 주는 이야기가 나온다. 팔레스타인 지역은 사막지대고 기후가 건조해 먼지가 많다. 게다가 샌들을 신고 다녔기에 제자들의 발은 흙먼지 투성이에 냄새가 나고 더러웠을 것이다. 당시 외출하고 돌아온 더러운 발을 씻어주는 일은 종의 몫이었다. 그런데 스승이 스스로 종이 되어 발을 씻어주는 모습을 보고 제자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서로 사랑하고 섬기라는 예수의 가르침을 뼛속 깊이 새겼을 것이다.

역할모델이 없는 기업의 구성원들은 조직에 대한 몰입도가 낮다. 실제로 젊은 직장인들에게 이직하는 이유를 물어보면 "믿고 따를 만한 리더가 없어서 떠난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많다.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직장에서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고 신뢰할 수도 없는 리더와 함께 지내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신뢰받는 리더가 되려면 '모범을 보이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니라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한 슈바이처 박사의 말을 기억하자.

#칭찬으로 긍정적인 감정을 전해라

인정과 칭찬도 효과적인 자극 방법이다. 바버라 프레드릭슨 미국 미시간대 교수는 "긍정적인 감정이 부정적인 감정을 압도하면 사고가 훨씬 유연해지고,더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다"고 말한다. 비난,두려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은 사고의 폭을 좁히지만 인정,칭찬 같은 긍정적인 감정은 사고를 확장시키기 때문에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은 어렸을 때부터 엉뚱한 질문과 행동을 일삼아 초등학교 때 교사에게 무시당하며 퇴학당했다. 하지만 그런 아들을 어머니는 다르게 바라봤다. 에디슨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주며 집에서 직접 교육을 했다. 만약 에디슨의 어머니가 "내가 너 때문에 못 살아! 넌 왜 이렇게 답답한 짓만 해서 속을 뒤집어 놓니"라고 부정적인 감정을 주입했다면 에디슨은 결코 1000종이 넘는 특허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현명한 리더는 긍정적인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하는지 잘 안다. 그래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구성원을 인정하고,칭찬하며,긍정적인 자극을 준다. 그런데 구성원을 칭찬할 때는 겉으로 드러난 결과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 대해서도 칭찬해야 한다. 설령 결과는 좋지 않더라도 업무 수행 과정에서 잘한 일이 있다면 칭찬하는 게 좋다.

만약 리더가 성과에 대해서만 칭찬하고 그 과정에 대해서는 별반 말이 없다면,구성원들은 칭찬받을 만한 일만 찾아 하거나 어려운 일은 회피할 수 있다.

칭찬할 때는 공명정대해야 한다. 구성원들은 '내가 이런 결과를 내면 이 정도의 인정과 보상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일한다. 그리고 항상 자신의 노력과 결과에 대한 대가가 공정한지 평가하게 마련이다. 옆의 동료가 자기만큼 노력하지 않았고 성과도 좋지 못한데 리더가 그 직원을 더 많이 인정하고 칭찬한다면 공정성은 그 순간 무너진다.

#부하직원을 믿고 일을 맡겨라

권한 위임은 리더십의 정수다. 기업의 비전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실질적인 권한을 구성원에게 위임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의외로 쉽지 않다. 수년간 비즈니스 세계에서 리더들을 지켜본 결과 권한을 위임하고 나서도 내심 못 미더워서 일일이 감시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다가 구성원이 작은 실수라도 하면 그 일을 자신이 꿰차버린다. 그리고는 도대체 일을 믿고 맡길 만한 사람이 없다고 불평한다. 그런 리더는 항상 바쁘다. 권한을 위임하지 못하는 자신 때문에 구성원들이 성장할 기회를 놓치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한다.

구성원들이 일에서 성취감을 느끼고자 한다면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이룰 수 있도록 권한을 위임하는 것이 좋다. 권한을 위임할 때는 권한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명확하게 알려줘야 한다. 그래야 불필요한 혼란을 겪지 않고 일할 수 있다. 권한을 위임받은 구성원은 목표를 달성했을 때 성취감을 느끼고,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자극을 받게 된다.

반면 리더가 권한을 위임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목표와 성과를 강요하면,구성원이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하더라도 성취감을 맛보기 어렵다. 설상가상으로 목표 달성에 실패했을 때는 두려움과 좌절감마저 느끼게 된다.
#권한 위임으로 부하직원을 키워라

첫째,권한 위임은 구성원에게 성장 기회를 주는 것이다. 사람은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일을 할 때 성장한다. 따라서 권한 위임은 구성원들에게 성장할 수 있는 도전적인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자신의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아무리 역량이 뛰어난 구성원일지라도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기회가 없으면 성과를 창출할 수 없다.

둘째,권한 위임은 구성원의 능력과 역량을 신뢰하는 것이다. 이는 겉으로 보이는 능력뿐만 아니라 잠재적인 능력까지도 신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의미에서 권한 위임은 사람의 잠재성을 믿는 것이다. '포스트잇'으로 유명한 3M에는 '15% 룰'이 있다. 모든 직원이 근무시간의 15%를 회사 업무 외에 자유롭게 활용하는 것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창출하기 위해 마련된 이 규정은 리더가 구성원들이 현재 갖고 있는 능력뿐만 아니라 잠재적인 역량을 신뢰할 때 실행할 수 있는 권한 위임의 또 다른 모습이다.

셋째,권한 위임은 구성원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다. 권한 위임이 실패하는 이유 중 하나는 실질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구성원들에게 주지 않기 때문이다. 의사결정 권한을 위임하는 것은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물론 권한을 위임하는 리더도,권한을 위임받은 구성원도 부담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리더 혼자서 모든 것을 처리하는 비효율적인 조직을 만들지 않으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권한을 위임한다는 것은 리더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아돌프 히틀러는 권한 위임을 하지 못해 실패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존 키건이 쓴 '2차 세계대전사(The Second World War)'를 보면 1942년 독일군은 두 부대로 나눠 소련을 침공했다.

이 중 한 부대가 스탈린그라드 주변을 장악하려다가 소련군에 포위당하게 되자,독일군 지휘관은 병력을 후퇴하고 탈출하도록 할 것을 히틀러에게 요청했다. 하지만 히틀러는 스탈린과의 자존심 싸움 때문에 이를 묵살하고 현지 사수를 명령했다. 포위된 병사들을 구하기 위한 구원군이 소련군의 포위망을 뚫었음에도 독일군은 현지 사수를 위해 끝까지 버티다가 대부분 동사(凍死)하거나 포로가 됐다.

권한 위임은 상사와 부하라는 수직적인 서열관계가 아닌,협력자로서 수평적인 역할관계를 추구하는 것이다.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업무를 분류하고 인력을 배치하며,담당자가 책임감 있게 의사를 결정할 수 있도록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이 권한 위임이다. 리더가 구성원과 힘을 모아 '나'만의 성공이 아닌 '우리'의 성공을 일궈나가겠다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때 권한 위임은 그 힘을 발휘한다.

김한훈 < 로이인스티튜트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