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로 농산물값 급등…'인플레 기대심리' 확산이 더 문제
집중호우 등의 영향으로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5% 넘게 치솟았다. 세계경제 침체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물가마저 급등,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억제 목표치로 제시한 '연간 4% 물가상승률'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농산물과 금반지가 급등세 주도

폭우로 농산물값 급등…'인플레 기대심리' 확산이 더 문제
8월 소비자물가가 3년여 만에 가장 높은 5.3% 상승률을 기록한 데는 계속된 집중호우와 태풍 등 기상 악화,국제 금값 상승의 영향이 컸다. 채소류 가격이 급등했고 금반지값도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8월 소비자물가의 전월 대비 상승률 0.9% 가운데 채소류와 금반지가 기여한 비율이 71.4%에 달했다.

농산물 전체로도 전년 동월 대비 15.6% 상승했다. 수산물과 축산물도 각각 10.3%,9.2% 올랐다. 신선채소는 21.6% 상승했다. 품목별로는 건고추 가격 급등으로 고춧가루가 40.3%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배추(32.2%) 고구마(34.5%) 달걀(30.2%) 등도 많이 올랐다. 전달인 7월에 비해서는 배추가 116.9%,무가 126.6% 급등했다.

전 · 월세난이 심화된 것도 물가에 악영향을 미쳤다. 전세는 지난해 8월에 비해 5.1% 올라 2003년 3월(5.3%) 이후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월세도 3.0% 올라 1996년 5월(3.0%) 이래 상승폭이 가장 컸다.

◆정부 "9월 이후 3%대 하락"

정부는 9월 이후 물가가 3%대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달 하순 이후 기상 여건이 개선되면서 농산물 등의 수급이 정상화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름값도 크게 오르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에 SK텔레콤,10월에는 KT가 통신요금 기본료를 각각 1000원 내리는 것도 긍정적이다.

지난해 9월 물가상승률이 3.6%로 같은 해 8월(2.6%)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던 것도 '기저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한다는 설명이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은 "물가 여건은 9월부터 좋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연간 물가상승률과 성장률 등 거시경제 전망치를 수정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4% 물가'목표 달성 미지수

그러나 이 같은 시각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연간 4% 물가상승률을 달성하려면 9~12월 월별 물가상승률을 매월 3% 정도로 묶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방 공공요금 인상이 예정돼 있는 데다 서비스업 등으로 인플레이션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8월 물가 급등에 일시적 요인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 역시 4%까지 치솟았다"며 "4%인 연간 소비자물가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우려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