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우리 정부의 돌아가는 모습은 전혀 딴판이다. 경제정책은 오로지 물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거시정책이나 미시정책, 경제제도 개혁 등은 온통 기업이 건져 올린 과실을 어떻게 나눠먹느냐에 쏠려있을 뿐이다. 장관들이 모여봐야 물가 대책 아이디어만 잡다하게 쏟아내는 것이 전부다. 아무도 저성장과 불황을 걱정하지 않는것이 더 심각하다. 올해 4.3%의 성장목표치도 그렇지만 내년도 이후 경기흐름과 긴 안목에서의 성장 문제는 누가 생각하는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유럽과 미국의 재정위기를 거쳐 지금은 세계 경제 전체의 위기로 악화 일로를 걷는 중이다. 세계 경제에 불안의 그림자가 엄습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나 정치권의 후각은 오로지 복지와 분배 동반 따위의 정치문제에만 예민해져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2년여간의 작은 성공에 도취되고 만 것인지 지금은 정부안에서 그런 얘기를 꺼내는 사람도 없다. 외환 문제에서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부산한 것을 제외하면 모두가 대기업을 혼내고 나눠먹자는 정치적 슬로건에 함몰돼 있을 뿐이다.
삼겹살 설렁탕 휘발유 등의 가격을 줄줄이 꿰고 있는 사람은 필시 고위 공직자다. 작은 문제에 골몰해 있는 동안 해외에서의 불황 태풍 압력은 높아만 간다. 더구나 정치판은 벌써 선거로 달아오르고 있다. 이러다 뭔 일이 벌어질지 정말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