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전문가들은 펀더멘털(기업 내재가치) 훼손이 우려되지 않는 상황에서 시장 반응이 과하다고 분석했다. 일부 전문가는 적극적인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23일(현지시간) 다우존스 뉴스와이어이 보도에 따르면 독일 자동차 부품회사인 보쉬는 화학업체인 바스프(BASF) 철강업체인 타이쎈크룹(ThyssenKrupp)과 공동으로 리튬이온 2차전지 시험생산 라인을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쉬는 2012년 첫 시제품 양산을 시작으로 2015년까지 20만셀 이상의 2차전지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선 해양용 기구(marine applications)에 적용할 예정이다.
현재 보쉬는 삼성SDI와 자동차용 2차전지 생산을 위해 협력관계를 맺고, 합작 투자사인 SB리모티브를 운영하고 있다.
김영우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SB리모티브의 자동차용 전지 사업부문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며 "삼성SDI의 전동공구 부문에도 단기적으로 봤을 때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시장 경쟁업체가 늘어난 것에 따른 위험요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보쉬의 단독 2차전지 생산라인 건설이 SB리모티브의 자동차용 사업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으로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업체가 하나 더 시장에 추가되는 것으로 잠재적인 경쟁상대가 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중단기적으로 봤을 때는 보쉬의 사업 내용이 구체화된 것도 아니고, 이제 사업 시작을 발표한 단계이기 때문에 영향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삼성SDI는 지난해 기준 세계 IT용 2차전지 시장점유율 21% 수준으로 1위다.
김병기 키움증권 연구원은 "유럽 쪽 여러 업체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연구개발(R&D) 성격의 프로젝트성으로 추진되는 사업으로 보인다"며 "사업 영역을 침해하면서 본격적으로 경쟁구도를 세우려는 의도는 아닐 것"이라고 추정했다.
다만 보쉬의 20만셀 생산 규모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다소 엇갈린다.
김 연구원은 "삼성SDI의 올해 2차전지 연간 생산 추정치는 12억셀 수준으로 보쉬의 계획과 비교할 수준이 아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생산 규모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장 연구원의 주장이다. 그는 "생산 규모에 대해 평가할 수 있는 근거가 제한적"이라며 "어떤 사업 부문에서 몇 암페어(A)급으로 양산할 계획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보쉬의 단독 사업진출에 대해) 내부적으로 대응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언급된 부분은 없다"며 "단적으로 비교하긴 어렵지만 연산 20만셀 규모가 시장 규모에 큰 비중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 지분 매각과 관련해서도 전문가들은 삼성SDI 주가에 나쁠 게 없다고 분석했다.
장 연구원은 "SMD가 신규 성장산업으로 이익도 내는 상황이지만 현재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수준)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적다"며 "보유 중인 SMD 주식을 주당 7만1000원에 정리한다고 했을 때, 1조7000억원 이상의 현금이 확보할 수 있다"고 전했다.
현재가 삼성SDI에 대한 적극적인 매수 기회로 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김 연구원은 "적절한 매수 기회가 될 것"이라며 "주가순자산비율(PBR) 1.0배로 내려온 데다가 TV, PC등과 달리 모바일 쪽들은 영업 전망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 연구원은 "이날 주가 하락은 과한 측면이 있다"며 "잇따른 '설'들에 투자심리가 흔들리고 있지만, 어떤 소문도 실제 기업가치에 영향을 끼칠 만한 것이 없다"고 평가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