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종합예술학교(서종예)가 서울 삼성동 테헤란로에 18층짜리 건물을 사들여 이주했다. 2003년 출범한 서종예는 방송 · 연예 · 패션 전문가를 길러내는 준대학이다. 일정 학점을 이수하면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학사 학위를 주는 학점은행제 기관이다.

문화예술 교육기관이 국내 최고의 임대수익 지역인 강남 테헤란로 오피스타운으로 이주하자 부동산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단국대와 서울예술대 등이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서울 캠퍼스를 팔고 죽전과 안산으로 이사간 것과 정반대 행보이기 때문이다.

삼성역에 있는 서종예 신사옥은 시가 900억원 상당의 SAC타워 빌딩이다. 3분의 2를 강의실과 교무실 등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공간에 있는 기업들이 내년 상반기 중 떠나면 하반기부터 전층을 쓰게 된다.

서종예는 삼성동 코엑스 근처에 5층짜리 건물 1개와 7층짜리 건물 5개 등 6개 빌딩도 강의실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들 빌딩의 추정가는 900억원에 이른다.

부동산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총 1800억원 규모의 7개 건물을 오피스용으로 활용한다면 평균 임대수익률 6%로 계산할 때 연간 수입은 108억원에 이른다.

김민성 서종예 이사장(사진)은 "예술은 감각적이어야 하기 때문에 도심을 벗어나선 안 된다"며 "예술 교육기관도 현장과 연계성이 빨라야 한다는 생각으로 대한민국 중심에 둥지를 텄다"고 말했다. '연예 매니지먼트 사관학교'로 불리는 MTM커뮤니케이션의 대표이기도 한 김 이사장은 "서종예를 세계의 명문 도심형 대학으로 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파슨스디자인학교를 비롯해 줄리아드와 버클리음대,영국 비달사순스쿨,런던패션전문학교 등이 벤치마킹 대상이다.

그는 이 같은 명문대가 되려면 우수한 교수진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라고 봤다. 영화 '남부군'의 정지영 감독을 초대 학장으로 영입했고 중앙일보 편집국장을 지낸 한남규 씨가 현 학장이다.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이재규 PD,영화 '퇴마록' '잠복근무'의 박광춘 감독,영화 '선물' '작업의 정석' 등의 오기환 감독,성악가 이정원 · 김남두 씨,뮤지컬 배우 전수경,방송인 노홍철 씨 등이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종예를 졸업했거나 재학 중인 연예인으로는 이준기 박해진 박은혜 등 한류스타에서부터 '빅뱅'의 탑,미쓰에이의 지아와 페이,2PM의 우영,비스트의 이기광,애프터스쿨 나나 등을 꼽을 수 있다.

왕성하게 활동 중인 아이돌 그룹이 많은 것은 도심에 있는 소속사들과 가깝기 때문이다.

강남 중심가에 우수한 교수진을 확보한 덕분에 일반 학생 수도 급증하고 있다. 다른 대학 출신의 편입생이 연간 150명에 달한다. 이 중에는 서울예술대 재학생도 10명 이상 포함된다.

2003년 출범 당시 330명이던 학생 수는 10배로 불어나 7월 말 현재 3500명에 달한다. 내년에는 실용미술디자인학부 등 3개 학부를 신설해 15개 학부에 총 정원이 4200명으로 늘어난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