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에 대해 신경질적인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최대 채권국가로서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다. 그러나 사태 수습을 위해 마땅히 할 수 있는 수단이 없는 상황이다. 중앙 정부에서는 아직 공식적인 반응이 없지만 관영 언론들은 연일 미국을 강력히 비난하고 있다.

신화통신은 8일 "미국은 더 이상 신용등급 강등 탓만 하지 말고 이제는 책임을 지라"고 촉구했다. 이 통신은 "금융위기 때 이기적인 국가는 스스로를 망칠 뿐 아니라 남도 물 속으로 끌어들였다"며 "이제 미국은 허리띠를 더 조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풀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또 "미국은 국제 기축통화를 찍어내는 유일한 나라이기 때문에 달러를 보유한 다른 나라들도 미국이 책임져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와 관련,AFP통신은 "중국 관영 매체들의 최근 보도를 보면 장문이며 매우 거친 표현이 많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신화통신은 미국 의회의 부채 한도 조정협상에 대해 "워싱턴의 버릇없는 아이들(naughty boys)은 더 큰 손해를 보기 전에 치킨게임을 그만둬야 한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중국이 이처럼 거칠게 반응하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미국의 '더블딥(경기회복 후 재침체)' 우려가 높아지면서 다시 부상하고 있는 3차 '양적 완화' 논의를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이 돈을 더 찍어낼 경우 달러 약세가 심화돼 중국 보유 국채 가치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도 '세계는 미국의 엉덩이를 걷어차야 한다'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내고 미국을 비난했다. 이 신문은 "미국은 돈을 빌리고 제때 갚지 않고도 세계를 자신의 은행으로 여기고 있다"며 "미국은 다른 나라에 뭐라고 말하기 전에 스스로를 먼저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의 정치권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는 아랑곳하지 않고 정권 쟁탈을 위한 대립을 일삼고 있다고 비난했다. 환구시보는 또 사설에서 "중국은 미국처럼 무능해서는 안 된다"며 "미국의 양당제는 합법적으로 정치적 사욕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한 제도이고 결과적으로 미국 정부의 기능을 마비시켰다"고 지적했다.

한편 호주는 "미국의 빚중독이 세계 경제를 위협한다"고 주장한 전날 신화통신의 논평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웨인 스완 호주 재무부 장관은 이날 지역 라디오 방송에서 "중국의 비난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지금 우리가 국제적으로 해야 할 일은 긴밀하게 협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