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사진)이 이건희 회장에게 첫 업무보고를 했다. 이 사장은 4일 오전 8시40분께 이 회장과 함께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 출근,42층 회장 집무실로 향했다. 지난 4월21일 이 회장이 서초사옥으로 정기 출근을 시작한 이후 이 사장이 업무보고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부진 사장,뭘 보고했을까

이 사장은 삼성 계열사 세 곳에 직함을 갖고 있다. 호텔신라 사장인 동시에 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부문 사장,삼성물산 상사부문 고문도 맡고 있다. 이 가운데 이 사장이 주력하는 곳은 호텔신라와 에버랜드다. 호텔신라는 대표이사를 맡고 있고 에버랜드는 급식사업 등을 총괄하고 있다.

이 사장은 이날 에버랜드 관련 경영현안을 보고했다. 최주현 에버랜드 사장도 오전 8시께 삼성전자 서초사옥으로 출근해 보고에 동석했다. 이 사장은 리조트사업과 급식사업 경쟁력 강화 방안,빌딩관리 사업 현황 등에 대해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장이 호텔신라의 면세점 사업 등도 보고했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호텔신라는 지난 2분기 매출 403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7%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124억원으로 54% 줄었다.

지난 3월 일본 대지진 여파로 호텔 투숙객이 줄어든 데다,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와 판촉비가 늘어난 탓이다. 특히 면세점 사업은 롯데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태다. 이 사장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2020년까지 서울에 비즈니스호텔 20개를 세운다는 전략을 내놓았는데, 이와 관련된 세부계획을 보고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룹 관계자는 "이부진 사장은 수요 사장단회의에도 참석하지 않고,지난 5월 사업부문별 업무보고 때도 부사장을 대참시켰다"며 "그런 점에서 이날 이 회장과 함께 출근해 업무보고를 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건희 회장,계열사 사업점검 '속도전'

이 회장은 최근까지 전자,금융,화학 등 부문별 사장단과 오찬을 하며 업무보고를 받은 데 이어 얼마 전부터는 회사별 CEO와 주요 임원들을 불러 해당 회사의 경영 현안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감사조직 개편,삼성전자 사장단 인사 등을 통해 굵직한 현안을 마무리지으면서 앞으로는 좀 더 '디테일'한 계열사 현안을 살펴보는 수순에 들어간 셈이다. 이 회장은 이부진 사장 보고에 이어 지대섭 삼성화재 사장으로부터도 업무보고를 받았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이) 지난달 초 삼성전자,삼성전기,SDI 등 전자 부문 계열사를 시작으로 금융 · 화학 등 계열사로부터 개별 보고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계열사 업무보고에는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사업부 담당 임원들이 배석한다.

이 회장은 계열사들이 지난 6월 말 마련한 각사별 미래경쟁력 강화 방안인 '2020 사업계획'을 중점 점검할 것으로 전해졌다.

8월엔 금융계열사 업무보고가 집중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계열사들이 전자부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장 속도가 더디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 회장이 강도 높게 대응책 마련을 지시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계열사 관계자는 "사업부문별 사장단 업무보고가 1차 테스트라고 하면 계열사별 보고는 2차 테스트"라며 "(이 회장이) 세세한 사업 현안까지 챙기는 스타일이어서 긴장 강도는 이번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