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한경면 낙천리 아홉굿마을 주민들은 '아름다운 연못' 등 9가지 테마를 내세워 '아홉 굿(nine good)'이란 이름의 테마마을을 가꿔왔다. 농촌진흥청 지정 농촌테마마을로 선정된 이 마을에선 풀무,보리음식,천연염색,연못 탐방 등 아홉 가지 즐거움을 체험할 수 있다.

낙천리는 느리게 걸으면서 농촌생활을 체험하고 보리 냄새에 취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한 해 1만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고 있다. 농협의 팜스테이 마을로도 지정된 낙천리에서는 보리빵과 보리수제비 만들기 체험 등을 할 수 있다. 온갖 야생조류들이 둥지를 틀고 있는 숲인 '오빼미'도 있다.

'아홉굿'이란 마을의 이름은 과거 풀무업(대장간)이 성행해 틀을 만드는 데 필요한 흙을 채취하면서 9개의 연못이 생겨난 데서 비롯됐다. 아홉굿마을에서는 이 연못을 활용,고기잡이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체험객들은 여름이면 대나무 낚시로 잉어,붕어 등을 낚을 수 있다. 아이들이 직접 연못에 들어가 발을 구르며 미꾸라지도 잡을 수 있다.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지형인 숨골도 있다. 호우로 인한 침수나 낮은 농경지에 유입된 큰 물도 쉽게 빠지도록 도와주는 구멍이다. 물이 빠질 때는 커다란 폭포 소리가 난다.


이 마을은 농로(農路) 트레킹 코스 지도를 자체 제작했다. '명범이네 집'을 지나 연못낚시 체험장,토마토하우스,오이하우스 등을 거친다. 트레킹을 하면서 △풀무 △보리음식 △농산물 수확 △천연염색 △아홉 연못 △마을 숲 △전통놀이 △닉네임 의자 △넉넉한 인심 등 아홉 가지 즐거움을 체험할 수 있다.

아홉굿마을은 아기자기한 체험장도 갖췄다. 주민들은 전통초가 민구류 전시장과 풀무체험장,다목적 체험관 등을 지어 관광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스카프나 생활소품을 감물로 염색해 보거나 오이 토마토 따기 등 다양한 농사체험도 가능하다. 아이들과 투호놀이도 할 수 있다. 쇳물을 녹여 농기구를 만드는 이색체험도 있다.

이 마을은 '의자 마을'로도 유명하다. 마을 곳곳에 1000개의 의자가 있다. 1000개의 의자는 모두 각각의 이름을 갖고 있다. 전국 인터넷 공모를 통해서 붙여진 닉네임들이다. '달리는 이장' 의자는 마라톤을 하는 한 여자 이장이 내놓은 이름이다. 4층 건물 크기의 대화합 의자부터 소 여물통 의자,삼각퍼즐 의자,서 있는 사람 의자,요강 의자 등을 주민들이 직접 만들었다.

주변 관광지로는 △생각하는 정원 △평화박물관 △저지문화예술인마을 △유리의 성 등이 있다. 한림공원 협재해수욕장 금능석물원 오설록녹차단지 나비전시관 등도 인근이다. 계절별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여름엔 차귀도에서 바다낚시 체험을 할 수 있다. 가을에는 감귤을 수확하거나 이를 이용해 감귤잼 감귤차 등을 만드는 체험도 가능하다. 겨울엔 보리밭 눈싸움이 인기다.

올레길 13코스를 걷다가 낙천리로 들어섰다면 올레꾼용 '보리밥 도시락'이 배고픔을 해결해 준다. 어머니가 싸주던 그때 그 시절 양은 도시락이다. 보리밥과 멸치볶음,마늘 장아찌,계란 프라이가 전부지만 추억을 생각하며 의자에 앉아 먹으면 꿀맛이다.

보리햄버거,빙떡,토마토잼,보리수제비 등도 맛볼 수 있다. 주민들과 서부농업기술센터가 지역에서 생산된 식재료와 전통문화를 활용해 이야기가 있는 향토음식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개발한 음식들이다. 할머니와 함께 맷돌로 보릿가루를 내고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지역 특산물도 많다. 감귤은 물론 맥주보리를 비롯 시설 채소로 파프리카 토마토 오이 등을 키우고 있다. 브로콜리 양배추 등도 있다.

주민들이 고안한 '아홉굿 마을축제'도 열고 있다. 농촌의 자연무대에서 열리는 관악제는 새로운 볼거리다. 주민들은 마을을 가족관광이 가능한 휴양형 테마공간으로 제공하기 위한 사업도 벌이고 있다. 한경면 4개 마을이 함께 어울리는 '웃뜨르축제'는 방문객이 2000여명이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마을 잣길을 복원해 산책로로 제공하고 친환경 건강치료를 위한 테마상품도 개발 중이다. 농업생태학습 시설을 마련해 고사리 꺾기 체험장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 찾아가는 길>

아홉굿마을은 제주시 한경면 신창리에서 동쪽으로 7㎞ 지점의 중산간에 위치하고 있다. 동쪽에는 저지리와 청수리가,남쪽에는 산양리와 수룡동,서쪽에는 고산리 등이 인접해 있다. 제주공항에서 차량으로 50여분 거리다. 일주도로,서부관광도로,중산간도로 등과 연결돼 있다. 전화(064-773-1947) 및 홈페이지(http://ninegood.go2vil.org)로 문의하면 된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