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가전회사 일렉트로룩스와 진행해온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작업이 또 다시 암초를 만났다. 대우일렉은 "엔텍합이 채권단을 상대로 임시지위보전 등 가처분 신청을 냈다"며 "소송이 원만하게 해결돼 매각이 최대한 순조롭게 진행되길 바란다"고 23일 밝혔다.

엔텍합은 채권단과 대우일렉 인수 협상을 해오다 지난달 자금조달 문제로 협상 자격을 박탈당한 이란 회사다.

◆비운의 대우일렉

1987년 세워진 이 회사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 3대 가전회사로 꼽히는 우량회사였다. 하지만 외환위기를 맞아 침몰의 길에 들어섰다. 1999년 대우는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12개 계열사의 워크아웃을 결정했다. 그리고 6년 뒤 우리은행 등 채권단은 대우일렉 매각을 결정했다. 2006년 매출 2조7268억원에 985억원의 적자를 냈다. 채권단 관리감독 아래 대우일렉은 제대로 된 투자 한 번 하질 못했다. 매각도 번번이 실패했다. 2007년 인도 비디오콘이 인수의사를 접었고 2008년엔 모건스탠리PE가 약속을 뒤집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 시장을 덮치면서 돈 흐름이 좋지 못한 것이 이유였다.

대우일렉은 뾰족한 수가 없었다. 첫 대규모 구조조정을 했다. 1530여명의 임직원이 짐을 쌌다. 미국계 사모펀드인 리플우드가 인수의사를 보였으나 잘 풀리지 않았다. 결국 TV사업을 전 임직원들이 세운 회사인 대우디스플레이에 팔았다. 에어컨 사업은 귀뚜라미그룹이 사갔고 소형모터는 하남전기에 팔렸다. 청소기조차도 에이스전자에 매각했다. 대우일렉에 남은 것은 '냉장고-세탁기-전자레인지'에 집중하는 길뿐이었다.

◆채권단 · 일렉트로룩스 · 엔텍합 삼각분쟁

대우일렉 임직원들은 이를 악물었다. 연이은 사업축소 속에서도 지난해 매출 1조6000억원,영업이익 167억원을 냈다.

지난 1년여간 엔텍합과 가격협상을 벌인 채권단은 엔텍합이 대금 조달에 실패하자 이달 중순부터 차순위협상자인 일렉트로룩스와 접촉해왔다. 기업 인수 · 합병(M&A)으로 성장해온 이 회사는 대우일렉 광주공장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일렉트로룩스가 채권단에 공식 인수의사를 전달하면서 한때 조기 매각 기대가 커졌다.

엔텍합이 법원에 임시지위보전 등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매각 협상에 다시 제동이 걸렸다. 엔텍합은 일렉트로룩스로의 매각을 막기 위해 최대주주인 디앤에이 홀딩컴퍼니를 통해 가처분 외에도 법원에 계약존속 확인 소송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엔텍합의 법적 행동이 대우일렉 인수를 위해서라기보다는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엔텍합은 지난해 11월 대우일렉의 자산과 부채를 5777억원에 인수하는 본계약을 채권단과 맺으며 보증금 578억원을 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