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달러짜리 부품 하나 때문에 차를 못만들다니…."(GM 관계자)

소형 픽업트럭을 생산하는 미국 제너널모터스(GM)의 루이지애나주 시브리포트 공장은 최근 조업을 중단했다. 자동차 엔진의 공기량을 측정해 연료량을 조절하는 '에어플로'라는 부품을 일본 히타치 오토모티브로부터 공급받지 못해서다. 이 회사 제품이 세계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지만 일본 대지진 여파로 생산량은 평소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 "부품을 필요할 때만 만들어 재고를 최소화한다는 일본 고유의 생산 방식인 '적시 생산 시스템(JIT · just in time)'의 결점이 드러났다"며 "미국 제조업체들이 부품 재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업체,재고량 확보에 나서

GM은 최근 JIT 방식 탈피를 모색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GM 측은 "인기 차종 위주로 생산을 계속하면서 비인기 차종 생산은 잠시 줄이거나 중단하는 방식으로 부품 부족에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중공업회사 테렉스는 지난달 초부터 종전의 JIT 방식 생산을 포기했다. 크레인과 굴착기 등에 장착하는 특수 부품을 필요할 때마다 일본 업체로부터 수입해 썼으나,지진 여파로 인해 부품이 조달되지 않자 감산할 위기에 처해서다. 지난달 국내외 15개 부품회사와 계약을 맺고 24시간 제품을 생산하면서 3개월치 물량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론 데피오 테렉스 최고경영자(CEO)는 "지진,태풍 등과 같은 비상 상황에서 JIT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며 "내구성 강한 특수 부품의 경우 공급을 제때 받지 못하면 경영에 큰 타격을 준다"고 말했다.

잔디 깎는 기계를 생산하는 어라이언스는 올초 새로운 매장 4개를 내고 부품 공급업체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본에서 충전 드릴 등을 들여와 판매했지만 지진으로 인해 일본 거래업체가 부분 조업을 하면서 예년의 70~80%만 선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라이언스 측은 "그간 JIT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해왔는데 (일본의) 유통망이 손상되면서 창고가 텅 비었다"며 "자체 조달망을 구축해 재고량을 늘려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WSJ는 일본과 함께 일해온 미국 업체들이 2,3차 부품 생산이 끊길 경우 피해가 전이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며 재고량을 비축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 됐다고 지적했다.

◆일본 기업,JIT 방식 보완 필요

일본 산업계가 연쇄적 부품 공급 차질로 비상이 걸린 가운데 공급망 정상화는 가을께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아사히신문이 이날 지적했다. 신문은 "업체별 재고 물량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고 대체 조달도 한계를 보이고 있어 여름까지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의 JIT 방식을 고수해온 수많은 제조업체들이 생산에 비상이 걸렸다"고 분석했다.

실제 일본 경제산업성이 지난달 말 발표한 산업동향 긴급조사에 따르면 오는 7월까지 부품이나 자재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대답한 기업이 40%에 그쳐 완전한 공급망 회복은 가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일부 기업들은 JIT 방식을 탈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도요타자동차 측은 "아직도 150개의 부품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JIT 방식을 보완해야 하는 시점에 있다"고 밝혔다.


◆ JIT

just in time.시장의 수요가 있을 때마다 제품을 적시에 생산해 공급하는 방식으로 재고 비용을 최소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1990년대 후반 비용절감,재고절감,결함 제거를 통해 조직의 생산성을 크게 높이기 위해 만든 경영 기법이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